상수도 99% 녹 안스는 관 교체…“수돗물이 생수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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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3~18일 서울 시민청에서 아리수와 시판 중인 생수를 마신 뒤 ‘가장 맛있는 물’ 등을 고르는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13~18일 서울 시민청에서 아리수와 시판 중인 생수를 마신 뒤 ‘가장 맛있는 물’ 등을 고르는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됐다. [임현동 기자]

지난 17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 1층에 있는 시민청. 이곳에선 시민 대상으로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시민들은 똑같은 모양의 컵에 담긴 세 종류의 생수를 맛본 뒤, ‘수돗물이라 생각되는 것’과 ‘가장 맛있는 물’을 고르고 있었다. 세 가지 물은 서울의 수돗물인 아리수와 시판되는 생수(먹는샘물) 2종인데, 테스트 참가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진행했다.

1505명 아리수 블라인드 테스트 #시민 10명 중 6명 “냄새 없고 깨끗” #환경단체 “생수 이상으로 안전”

채옥수(여·70·서울 용산구)씨는 신중하게 물 맛을 본 뒤 가장 맛있는 물과 수돗물로 1번을 꼽았다. 행사를 진행하던 최혜진(26)씨가 “1번이 아리수”라고 안내하자, 채씨는 “그럴 줄 알았다”며 “평소 집에서도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가장 개운하고 맛이 좋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들도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여하러 줄을 섰다. 제주도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 진솔아(12)양은 “셋 중 1번이 가장 냄새가 없고 깨끗한 거 같아서 아리수라고 골랐는데 맞췄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3~18일 6일간 시민청에서 진행한 물맛 블라인드 테스트에는 시민 1505명이 참여했다. 가장 맛있는 물로 아리수를 꼽은 사람은 30.5%였다. 시판 생수 중 A브랜드를 선택한 사람이 31.2%로 가장 많았고, 아리수가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 B브랜드의 생수는 28.3%가 선호했다.

아리수를 수돗물이라고 꼽은 사람은 40.2%였다. 시판되는 생수를 수돗물이라고 답한 사람이 42.5%로 더 많았다. 아예 구분하지 못한 응답자도 17.3%였다. 김복순 서울물연구원 수질분석부장은 “아리수의 수질과 맛은 시판 생수나 정수기 물과 구분이 안 될 정도”라며 “상수원 수질 관리, 수도관 개선 사업 등으로 아리수 질을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수의 수질은 대기업에서 생산·판매하는 생수와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판 생수의 전체 제조공정은 대략 8단계 정도다. 취수정에서 물을 끌어내 한두 차례 여과를 한 뒤, 저장소로 옮겨 다시 3~4차례 여과·살균해 시판된다.

아리수는 11단계 공정을 거친다. 취수한 뒤 착수(취수한 물에서 부유물질을 가라앉히는 과정)-혼화(약품 처리)-응집-침전-여과 등 표준 정수처리 과정을 거치고, 오존 소독-활성탄 여과 등 고도 정수처리로 한 번 더 거른다. 고도 정수처리는 오존과 숯으로 미세 조류나 냄새 유발 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염소 소독을 거쳐 공급한다. 김 부장은 “고도 정수처리로 염소 사용량이 기존 0.48㏙에서 0.33㏙으로 줄어 물맛이 한층 좋아졌다”고 말했다.

수질 검사도 꼼꼼하게 실시한다. 법정 수질 검사 항목은 59가지인데, 서울시 자체 검사 기준을 111개 추가해 170가지 항목에 대해 매달 검사한다. 2016년에는 아리수의 생산과 공급 전체 과정이 ISO 22000(국제표준기구 식품안전경영 시스템)의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수돗물을 곧바로 받아마시는 데 거부감을 표시한다. 김정화(45·서울 영등포구)씨는 “상수원에서 깨끗한 물을 보내도 오래 된 아파트의 낡은 수도관과 물탱크를 거치면 결국 오염되지 않겠냐”며 “그냥 마시기는 찜찜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상수원 관리와 함께 수도관 교체도 진행 중이다. 작년 말 기준 서울 내 전체 수도관 1만4000㎞ 중 99%를 녹이 슬지 않는 내식성관으로 교체했다. 2022년까지 상수도관 전체를 교체할 계획이다. 또 아파트 등에 있는 저수조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저수조를 없애고 곧바로 가정으로 전달되는 직결급수 전환 사업도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도 아리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과거 질 낮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아직 아리수를 음용수로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리수는 세계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물로, 시판되는 생수나 정수기 물 이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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