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침체 깊었다, 30대 상장사 영업이익 1년새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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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이익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반도체·화학·철강 등 고용·투자 효과가 큰 제조업에서 침체의 골이 깊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1분기(1~3월) 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30대 상장회사(시가총액 기준)의 실적을 종합한 결과다.

지난해 1분기 34조 → 올 19조로 #매출은 0.55% 늘어 제자리걸음 #고용·투자 효과 큰 제조업 더 침체 #올 전체 영업이익 48조 줄어들 듯

30대 상장사들은 1분기에 총 267조8300억원어치(매출액)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13.5%)와 SK하이닉스(-22.3%)는 나란히 두 자릿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30대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총 19조4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조5100억원(42.7%) 감소했다. 30곳 중 20곳에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이것이 고용·투자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상장사 영업이익 증감률

상장사 영업이익 증감률

특히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삼성전자(-60.2%)와 SK하이닉스(-68.7)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셀트리온(-32.9%)·삼성바이오로직스(-334%) 등 바이오 기업과 네이버(-19.8%)·엔씨소프트(-61%) 등 인터넷 기업도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다. LG화학(-57.7%)과 포스코(-19.1%)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에 현대차(21.1%)와 기아차(94.4%)는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담배를 생산·판매하는 KT&G(12.7%)의 영업이익도 확대됐다. 금융업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금융(11.4%)과 삼성생명(2%)은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KB금융(-5.5%)과 삼성화재(-23.4%)는 줄었다.

30대 기업의 순이익은 15조4300억원으로 1년 전(26조7600억원)보다 11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30곳 중 20곳에서 순이익이 축소된 가운데 한국전력(-7612억원)과 삼성바이오(-385억원)는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이후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올해 상장사 실적 전망치를 갈수록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을 140조7925억원(평균 예상치)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내놓은 전망치(188조7127억원)보다 48조원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최원철 한양증권 자산운용부 이사는 “국내 상장사 실적과 증시의 흐름을 주도하는 반도체 업종에서 경기 부진이 2분기까지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3분기에는 반등의 신호가 나타날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2분기(-5.95%)와 3분기(-1.75%)에도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4분기(1.05%)에는 소폭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윤성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많은 기업이 신규 투자를 늘리기보다 재고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대체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수출에 연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와 같이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선 설비투자가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정완·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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