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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버스 파업 하루 전…대구·인천 ·충남·광주·전남 “철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 버스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중랑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뉴스1]

전국 버스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중랑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뉴스1]

버스 총파업을 예고한 14개 광역 지자체의 버스 노조 가운데 14일 오후 5시30분 현재 대구·인천·충남·광주·전남 등 5곳이 파업을 철회했다. 서울과 부산, 강원도, 충북 노사는 이날 오후부터 협상에 들어갔다. 버스 요금을 200~400원 인상하기로 한 경기도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과 경기도 등은 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참여 선언 전국 14곳 중 5곳 철회 #서울·경기 등 9곳은 막판 협상 중 #최악 상황 면했지만 정부·지자체 책임론 불거져 #

당초 버스노조 측의 예고대로 전국에서 버스 2만여 대가 동시에 멈춰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파업 예고 하루 전에야 대책을 내놓은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비판은 상당하다.

광주·전남 버스노조는 파업을 철회했다. 광주·전남 노사는 임금을 4% 수준 올리기로 했다. 충남 소재 시외버스와 10개 시·군 노조는 이날 오후 파업은 철회하되 노사 간 협상은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인천 버스노조도 이날 협상을 타결했다. 인천 노사는 버스기사 임금을 향후 3년간 20% 올리기로 했다.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의 월 평균 임금은 354만2000여 원으로 광역단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조합원 정년은 현 61세에서 63세로 연장한다.

하지만 부산 버스노조는 파업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신민용 전국자동차노련 부산 버스노조 정책국장은 “정부가 버스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임금 인상분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으면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 버스 노사는 오후 4시부터 협상을 하고 있다. 파업에 결렬되면 창원 시내버스 회사 760대 가운데 560대가 멈춘다.

전국 버스 총파업은 올 7월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근로시간 제한 특례 업종에서 버스가 제외되면서 올 7월부터 300인 이상 노선버스 회사는 주 52시간제를 이행해야 한다.

버스노조 측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깎인 월급을 임금 인상을 통해 보전해달라”고 주장한다. 서울·전남은 5.9%, 부산·광주·대전 등은 10.9%, 경기도는 29.9%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 버스회사 측은 이런 임금 인상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는 데, 임금까지 인상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지자체는 시민 반발을 우려해 요금 인상에 난색을 보였다. 당초 경기도는 ‘수도권 통합 요금제’를 들어 서울시가 같이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노사 협상을 앞두고 시내버스 요금 200원, 광역버스 400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최악의 파업 상황은 피해지만 파업 예고 하루 전에야 대책을 내놓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비판은 상당하다.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부 석좌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에 '주 52시간제와 버스 파업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히며 선을 그었다. 파업을 선언한 버스 노조 대부분이 준공영제를 도입했거나 1일 2교대로 근무해 이미 주 52시간 미만 근로를 하는 곳이라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지자체를 향해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임금 보전과 신규 인력 채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지자체는 "재정 여력이 없다, 시민 반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14일 오후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해찬 대표와 버스 파업 관련 논의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14일 오후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회의실에서 이해찬 대표와 버스 파업 관련 논의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 [연합뉴스]

정부는 버스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13일 교통 취약 지역에 대한 재정 투입을 늘리는 방안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500인 이상이 근무하는 버스 회사에 근로자 임금 지원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준공영제 도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준공영제란 지자체가 버스 운행 수익금을 공동관리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전국 버스기사 근무방식을 1일 2교대로 바꾸고 준공영제 평균임금으로 끌어올리는 데 약 1조3433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박지영(37·경기도 수원시)씨는 "버스 파업 해결이란 게 결국 세금으로 메꾸고 요금을 인상하면 결국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세금 투입과 요금 인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가장 하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스 노선의 합리적 조정, 적자 운영의 원인 등을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부산 등 주요 지자체는 버스가 멈춰설 상황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도 마련했다. 서울은 지하철을 186회 늘려 운행한다. 막차 시간도 한 시간 늦춰 종착역 기준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마을버스는 예비 차량을 최대한 투입하고 첫차와 막차 시간을 앞뒤로 30분씩 연장 운행해 평소 운행횟수 대비 3124회 늘린다.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해 1만3500대를 추가 공급한다. 승용차 요일제도 한시적으로 해제한다. 부산은 서구~자갈치역 등 16개 노선에 버스 50대를 투입기로 했다. 버스 파업 이튿날부터는 전세 버스를 270대까지 늘려 운행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초·중·고에 공문을 보내 시내버스 총 파업이 발생할 경우 각 학교별 여건을 고려해 학생들의 등교 시간과 교직원 출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라고 안내했다.

박형수·최은경·이은지·전민희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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