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고즈넉하고 운치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이 즐비한 베이징이지만 뭔가 여유로운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을 눈여겨보자. 최근 중국에서도 예쁘게 잘 꾸며진 게스트하우스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호텔만 애써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후통 부근에 낡은 정원을 개조해 만든 사합원(四合院) 스타일의 게스트하우스가 지어졌다. 방 두개, 작은 뜰 하나, 다실 하나로 마련된 이 공간은 오직 하루에 4명의 손님만 받는단다.
게스트하우스 주변엔 대략 4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노년부부라 동네 자체가 한적하고 조용하다. 붐비고, 시끌벅적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선택해도 좋은 곳이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모으는 건 백 년 된 라일락 나무다. 6,7월이 되면 라일락꽃이 만개하는데 꽃잎과 꽃향이 뜰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끝내준다고 하니, 참고해서 가도 좋겠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사합원을 개조하는데만 반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방의 본래 구조와 지붕은 옛 것 그대로를 보존했고, 문과 창문은 모두 새로 바꿨지만 사합원의 전형적인 양식은 유지했다.
본채의 면적은 33평방미터(약 10평형)로 2인용 침대 1개 외에, 한켠엔 서재가, 한켠엔 높이 조절이 가능한 다과 테이블이 있다. 차를 마실때는 테이블로 사용하고, 그렇지 않을 땐 접어두어 실용성을 더했다.
서재는 정원을 마주하고 있는데, 천장에서부터 고정된 다리 없는 테이블이 창문쪽을 향해 마련되어 있다. 비오는날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등 운치있는 풍경은 이곳에서 벌어진다.
차를 마시는 리프트 테이블 내리고 뒤쪽에 있는 나무함을 잡아 당기면 2인용 침대가 펼쳐져 총 4명까지 한방에 묵을 수 있게 했다.
서쪽에 위치한 객실은 16평방미터(약 5평)로 아담하다. 이곳은 2인용 침대가 마당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침대에 누우면 마당 전체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모든 객실은 빔 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어, 관광 후 휴식을 취하며 느긋하게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다실은 이 곳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이다. 라일락 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설계 당시 나무가 지붕을 뚫고 통과할 수 있도록 천장과 지붕에 구멍을 내어줬다. 나무를 보존함과 동시에 공간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도 제격인 셈이다.
이곳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주인이 손님들과 소통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주인이 직접 만든 베이징 전통 간식을 대접하기도 한단다. 중국 국민음료 베이빙양(北冰洋), 라오(老)베이징 요구르트, 베이징 전통과자 경팔건(京八件) 등을 맛볼 수 있다.
손님들의 편의에 맞게 개조되어 현대적인 실용성 또한 놓치지 않았지만, 꾸밈이 과하지 않고, 적절한 여백과 힐링감성 충만한 이곳.
사진에서 묻어나는 라오베이징 느낌...실제는 어떨까? 궁금증이 인다.
翔凤还巢 (샹펑환차오)
주소 : 北京西城区小翔凤胡同-道路 (베이징 시청취 샤오샹펑후통 도로변)
출처 진르터우타오
글 차이나랩 이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