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처 기능축소 안될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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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과학기술처의 기능축소, 출연 연구소의 다른 부처이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개혁위원회의 「과학기술행정체제 조정안」이 알려지자 과기처·출연연구소를 비롯한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연구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항개위의 경제과학분과위원회가 마련한 조정안에 따르면 기술정책실을 기술개발정책·기술정보정책·기초과학진흥·기술인력 정책국 등 4개국으로 개편하고 연구개발조정실을 기초기술과 대형 연구과제 중심체제로 개편, 산업과 관련된 ▲전기 ▲기 계 ▲동력 자원 ▲화공업무는 산업관련부처로 이관하며 ▲기초 종합▲생물해양▲물리 원자력 ▲화학▲항공우주▲환경보건 등 6개 연구 조정관을 두도록 돼있다.
한편 과기처산하 연구소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원자력안전센터만 과기처에 남기고▲표준▲화학▲에너지 ▲전기▲기계▲동력자원 등 6 개 연구소를 상공부에, 전자 통신연은 체신부에, 인삼 연초연은 한국담배인삼공사로 각각 이관 하도록 짜여 있다.
항개위의 이 같은 개편은▲과학기술관련기능 배분의 불합리▲정부출연연 관리체제의 2원화▲과학기술 정보수집과 보급기능의 취약▲연구개발투자의 미흡 ▲기초과학부문 정책 기 능 취약▲원자력 업무의 비효율성 등 도출된 문제점에 근거를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과기처의 한 관계자는『지금까지 경제개발이 모든 것에 우선해 추진됨으로써 경제발전을 가져온 것처럼 앞으로는 불리한 국내외 여건과 우리의 과학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국가발전전략자체를 과학기술혁신 중심체제로 전환해야한다』고 전제하고 『치열한 과학기술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과학기술정책을 밀고 나가야하는 시점에 오히려 시대에 뒷걸음치는 기능축소는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채영복 화학연구소장 등 연구기관장들도『대형 복합기술 수요의 증대와 이종기술간의 결합심화추세 등 첨단기술의 속성으로 볼 때 연구소의 산업분야별 분산은▲연구소간 횡적·종적 협력체제와해▲연구자율성 침해 ▲국책 연구개발사업의 핵심주체상실▲고급두뇌의 연구의욕상실▲전문적인 연구관리 능력의 미비 등으로 연구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78년, 81년의 연구소 개편과 통폐합으로 인한 후유증이 이제야 치유돼 연구분위기가 안정권에 접어들었는데 또다시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흔드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연구원들은 비판하고 있다.
대통령 과학기술자문회의도 최근 회의에서 선진국들도 과학기술행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기술 경쟁과 기술보호주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행정체제를 강화시켜나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바 있다.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과기처가 올해 들어 과학기술자문회의와 진홍회의의 신설 운영·기 술 지대망 구축·기초연구 활성화 등 과감한 자기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처사는 우리 나라 과학기술을 후퇴시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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