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의원 입북사건 이모저모 |검찰의 철저한 보안수사 암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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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17일 서 의원의 신병을 안기부로부터 서울구치소로 이송한 뒤 주임검사인서울지검 공안1부 이상형검사가 직접 구치소로 가서 구류신문을 벌였다.
검찰은 또 18일부터 기소 때까지 서울지검 공안부가 있는 검찰청사 5층을 봉쇄하고 보도진의 출입을 막고 수사키로 결정.
검찰의 한 간부는 서 의원 송치장면 사진촬영을 요구하는 보도진에게 『간첩사건 피의자에 대한 송치과정의 사진촬영을 주선해준 전례가 없다』고 말해 이 사건수사를 간첩사건이란 이유로 철저히 보안 속에 진행할 것임을 암시.
검찰은 당초 안기부에서 사건이 송치되기 전까지 이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일체 함구로 일관한 것은 연막전술이었다고 뒤늦은 변명.
검찰 한 관계자는 『송치 전 신문조서 등에 대한 복사본 일체를 넘겨 받아 기록검토는 이미 끝난 상태』라고 설명.
이 관계자는 안기부의 초동수사과정에 혼선을 막기 위한 검찰의 배려였다고 설명했으나 주변에서는 몰랐다고 하면 검찰체면이 말이 아니니 뒤늦게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고 눈총.
안기부는 서 의원이 지난해 8월 허담으로부터「김 추기경의 방북을 추진하고 국회 내 동조세력을 육성하라」는 등의 지령을 받고 귀국 후 이를 수행키 위해 가톨릭 성직자, 가톨릭농민회 간부, 평민당 소속 정치인 및 주변인물들에게 자신의 밀입북사실을 의도적으로 발설했던 것이라고 설명
안기부는 또 서 의원이 이 같은 지령에 따라 김 추기경의 평양방문을 권유, 의중을 탐색하는 한편 자신의 입북사실이 탄로 날 경우 가톨릭을 보호막으로 이용키위해 지난해 9월 김추기경 등 성직자들에게 입북사실을 고지했다고 발표.
안기부는 이와 함께 서 의원이 지난 3월 한겨레신문 윤재걸 기자의 취재요청에 응하고 입북시 찍었던 사진을 제공한 것은 밀입북사실이 수사당국에 인지돼 조사를 받게될 경우 이를 통일열정에 의한 우국충정이었던 것으로 보도, 여론화함으로써 자신의 간첩행위를 은폐키 위한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85년 4월 북한측에 포섭된 뒤 북한공작원과 자금요청 및 연락을 위해 「자금→위장약」 「미화 1천 달러→위장약1알」 「북한 공작 지도원 정모→정신부」등의 음어를 사용했다고 안기부가 발표.
서 의원은 지난해 8월 밀입북한 뒤부터는 재독 성낙영과는 연락을 끊고 덴마크 코펜하겐의 북한대사관과 직접 연락을 취했으며 종전의 음어를 폐기하고「서의원→원박사 」 「대사관직원→이선생」 「미화 1천달러→성경책 1권」 「김수환 추기경→어른」 「추기경 방북추진상황→성가대연습」「방북→고향방문」 「시국이 안 좋다→머리가 아프다」등 새로운 음어조직을 약정했다는 것.
서 의원은 북한체류 마지막날인 지난해 8월20일 대동강변 초대소에서 북한의 대남 공작 총책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허담과 1시간동안 단독으로 만나 허로부터 「김대중총재의 차기집권 가능성」「전민련 등 재야단체에 지도자로서 적격자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두 김씨가 하나가 되었더라면 민주화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총재는 능력은 있지만 중산층이 탐탁치 않게 보는 점이 문제다. 그리고 군부를 장악하는데 역부족이기 때문에 김 총재의 집권가능성은 앞으로 두고볼 문제다』 『현재 김 총재를 제외하고 재야지도자로는 백기완· 계훈제· 문익환씨 등이 있으나 재야를 지도할만한 적격자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는 것.
서 의원은 이어 허에게 공작금으로 10만 달러를 요구했으며 허가 『돈은 요구한대로 다 줄 수 있으나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공항검색을 어떻게 통과하겠느냐. 우선 1만 달러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말하자 서 의원은 자신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 걱정이 된다면 우선 5만 달러만 달라』고 해 허로부터 5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
안기부는 서 의원이 지난해 10월 고금숙씨 (38) 와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등 매월 2∼3차례씩 접촉, 내연의 관계를 맺어왔다고 발표.
안기부는 또 지난해 11월 서 의원이 고씨에게 『당신과 결혼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며 찍었다는 정장차림으로 다정한 모습의 두 사람 사진을 .공개하고 서 의원이 매월 40만원씩 고씨에게 생활비로 지원해왔다고 발표.
안기부는 수사발표에서 서 의원의 의정 및 지역·구 활동중의 특이 언동내용을 소개했는데 이 가운데는 「종자가 우수한 북한의 벽창 소와 남한의 발정한 암소 10마리쯤 가지고 휴전선에 가서 교미시킬 의사는 없는가」 (2월23일·농수산위),「유전공학으로 쥐를 크게 길러 쥐 고기를 먹자, 만주를 농산물재배 단지로 개발하자」 (2월28일·농수산위) 는 등 기상천외의 발언도 포함돼 있었다.
서 의원은 또 지난해 6월 출신구인 함평 여객 노사분규현장을 방문, 노조원들에게 『임금인상을 위해서는 몸으로 부딪쳐 투쟁하라』고 선동한 후 같은 날 함평여객 사장을 찾아가 『국회의원세비만으로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며 활동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 사장에 의해 중앙당과·검찰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는 것.
서 의원은 또 지난해 6월27일 선거구내 당직자·가농회원·유지 등 3백여 명에게 『국회 세비만으로는 정치활동을 원만히 할 수 없다』며 자신의 은행구좌를 명기한 서신을 발송하여 활동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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