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연봉 17억 원 회사를 뛰쳐나와 한 일은

중앙일보

입력

"경솔한 선택이 아니냐는 주변의 만류에 부딪혔다.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17억 원 고액 연봉을 버리고 회사를 나온 건 예전부터 가슴에 품은 뜻이 있어서였다."

선펑 [사진 sohu.com]

선펑 [사진 sohu.com]

3년 전, 선펑(沈鹏)은 메이퇀(美团)을 떠났다. 메이퇀은 배달 어플로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이었으니, 어찌 보면 상당히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메이퇀의 수장 왕싱(王兴)은 여러 번 그를 찾아와 말렸고, 공동 창업자 왕후이원(王慧文)은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선펑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릴적 꿈 이루려 고액 연봉 버리고 퇴사 선택 #소외 계층 돕기 위한 의료비 펀딩 플랫폼 개설

퇴사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고향 산둥(山东)에서 북경까지 쫓아 올라오셨다. 발전 잠재력도 크고 경영진도 훌륭한 회사를 제 손으로 관뒀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메이퇀 창립자 왕싱(오른쪽) [사진 바이두 바이커]

메이퇀 창립자 왕싱(오른쪽) [사진 바이두 바이커]

메이퇀의 10호 직원이었던 선펑은 회사를 제로(0)부터 함께 빚어 만든 창업 멤버였다. 만약 계속 메이퇀에 남아있었다면 수중의 주식 외에 8000만 위안(약 135억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가지게 됐을 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메이퇀의 ‘창립 공신’인 선펑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의아해했다. 그러나 차차 선펑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선펑이 새로운 사명을 찾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인터넷 기술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보장해주고, 아플 때 병원비를 신속하게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자.”

선펑의 이 같은 사명은 어린 시절 아팠던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에게는 초등학교 1학년때와 5학년 때 죽을 뻔했던 기억이 있다. 한번은 오토바이에 치여 혼수상태로 누워있다가 반년 만에 회복했었고, 또 한번은 전신주에 감전돼 그 후유증으로 지금의 쉰 목소리를 얻었다.

[사진 터우중왕]

[사진 터우중왕]

선펑이 2016년 7월 설립한 수이디처우(水滴筹)는 병원비가 부족한 환자들을 위해 돈을 모금해주는 일종의 펀딩 회사다. 중국 최초의 수수료 없는 의료비 펀딩 사이트. 2018년 9월 기준, 수이디처우의 누적 모금액은 100억 위안(1조 7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돈으로 경제적으로 불우한 환자 80여 만 명에게 병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수이디처우는 명실상부 중국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얼마전에는 시리즈 B 펀딩을 통해 5억 위안(약 85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텐센트(腾讯), IDG캐피탈, 창신궁창(创新工场) 등 내로라할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텐센트 마화텅 회장과 선펑 [사진 아이헤이마왕]

텐센트 마화텅 회장과 선펑 [사진 아이헤이마왕]

사실 선펑이 창업 후 가장 먼저 만든 건 온라인 건강 상호 보조 플랫폼 ‘수이디후주(水滴互助)’였다.

수이디후주 플랫폼에서는 모든 회원들이 병을 얻거나 혹은 사고를 당했을 때 ‘환자 한명을 위해 모두가 균등하게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최고 30만 위안(약 5000만 원)의 건강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적은 돈으로 큰 병을 예방하자’,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내 자신(건강)을 지킨다’는 것이 큰 취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수이디후주는 개설 후 단 몇 개월 만에 회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여전히 도움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단순히 수이디후주 플랫폼에만 의존해서는 ‘전국민 건강 보장’의 사명을 실현할 수 없다고 선펑은 판단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만든 것이 ‘수이디처우’인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이디처우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좋은 취지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비를 부담할 능력이 있음에도 네티즌의 동정심에 호소해 돈을 모금해가는 ‘꼼수’를 부리는 자들이 문제다. 이 같은 의심에 당초 기부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 현지 매체는 분석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위가 선한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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