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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버스대란 피하려면... "요금 인상, 노선 조정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전국 12개 시도에서 버스 파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뉴스 1]

전국 12개 시도에서 버스 파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뉴스 1]

 "결국은 버스 요금을 언제, 얼마나 인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12개 시,도에서 버스 파업 움직임 #주 52시간, 임금인상 요구 등 겹쳐 #기사 추가채용에 인건비 부담 증가 #업체들 "지원없이는 감당 어려워" #요금 인상, 노선 합리화 우선 필요 #발등의 불 경기도, 단독 인상에 난색 #전문가 "정치적 고려 앞세우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지적도 #

 서울, 부산, 경기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버스 파업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에 대해 한 버스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는 7월부터 버스업계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비하려면 결국 돈이 문제라는 의미다.

 실제로 주 52시간에 맞추려면 버스 기사를 상당수 더 채용해야 하는데 인건비와 관리비 등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사 개개인으로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수입 역시 감소할 게 뻔하다.

 이 때문에 버스노조에서는 근로시간에 단축에 따른 수입감소가 없도록 임금보전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별로 따져보면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서울, 인천, 부산 등 대도시는 대부분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상당수가 1일 2교대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 52시간 이슈에 덜 민감하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매년 해오는 임금인상 논의가 주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은 다른 도시에 비해 임금 수준이나 근로여건이 좋은 편이지만 임금 인상 요구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에서는 광역버스들이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경기도에서는 광역버스들이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자동차노련)의 오지섭 사무처장은 "서울은 대부분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있지만, 하루 5시간 정도씩 특별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 경우가 있다. 이걸 없애 근로 형태를 정상화하고, 그로 인한 임금 감소분을 포함해서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반면 버스 업계나 준공영제를 위해 막대한 예산지원을 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자동차노련이 요구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버스업계 지원을 위한 '버스 계정'을 넣는 문제도 중앙부처 간 견해차로 인해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도로ㆍ철도ㆍ공항ㆍ항만의 원활한 확충과 효율적인 관리ㆍ운용을 위해 설치된 것으로 일반 회계 전입금을 비롯해 유료도로 통행료, 공항이용료 등에서도 일부를 떼어서 마련한다. 규모는 수십조 원대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종합교통정책관은 "버스 계정 신설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데 추진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경기도 시내버스다. 7월부터 주 52시간이 적용되는 버스 업체는 300인 이상 사업장인데 대부분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이번 파업 움직임에 경기도 시내버스는 아직 참여도 하지 않았다.

 경기도 시내버스는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적어도 3500명, 많게는 6000명 이상 추가로 버스 기사를 채용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버스대란을 피하려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버스대란을 피하려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경기도의 한 시내버스업체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별다른 지원 없이 주 52시간에 대비하라고 하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저 손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시급한 게 버스요금 인상이다. 현재 경기도 버스업체들은 400원가량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경기도는 250원 정도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기도는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도가 운영 중인 점을 들어 서울과 인천도 동시에 요금을 올릴 것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이 부정적이다. 연초에 택시 요금을 올린 상황에서 또다시 버스요금 마저 올리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경기도가 가장 급한 상황이어서 단독으로라도 버스요금을 올려야 하지만 이재명 지사가 주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기도민만 더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이 되면 논란이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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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경기도가 우선 나서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경기도가 나서서 요금을 올리고, 비효율적인 노선을 조정하면 다른 시·도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서울도 평균 3년에 한 번씩 요금을 인상해왔기 때문에 요금을 올릴 시기가 이미 도래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 전문가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정치적 고려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며 "현재로써는 요금인상과 노선 합리화 등이 우선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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