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 정상 등 150만 인파 운집 |불 혁명 2백돌 기념행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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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배명복 특파원】프랑스혁명 2백주년을 기념하는 각종행사가 14일 그 절정을 이룬 가운데 같은 날 오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리피라미드에서는 제15차 선진7개국 정상회담이 개막돼 뉴스의 초점이 파리로 쏠렸다.

<최신 전투기편대 곡예비행>
프랑스혁명 2백주년 기념일인 14일 오전10시30분 개선문 앞 샹젤리제 광장에서 서방선진 7개국 정상을 비롯한 32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의 장엄한 퍼레이드『라 마르세예즈』가 펼쳐졌다.
유명한 외인부대를 비롯한 프랑스 3군 장병 5만여 명이 1백50만 명의 구경꾼이 운집한 샹젤리제 광장을 행진하는 가운데 슈페르 에탕다르, 미라주 등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 2백50대의 비행기가 샹젤리제 상공을 비행하고 탱크·미사일·야포 등 7호 교대의 각종 군용 병기가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60명의 기수들과 40명의 고수들을 앞세운 이 「국경 없는 상상의 절정」은 전통의상과 음악, 특히 프랑스전국에서 동원된 전통악기 연주자들과 거대한 양철통을 두드리는 고수들, 아랍 무희들, 구경꾼들에게 증기를 내뿜는 거대한 기관차· 코끼리 행렬 등으로 장관을 이뤘다.
이날 기념행사는 최신 미라주전투기 편대가 개선문 광장 상공에서 청· 백· 홍색의 연기를 내뿜어 프랑스국기를 그리며 곡예비행을 펼치는 등 혁명기념식에 군사적 새 성격을 가미.
기념식에는 외국주둔군을 포함, 프랑스군 9개 지대를 상징하는 9개 밴드가 퍼레이드를 벌였으며 퍼레이드 상공을 비행한 항공기 중에는 핵탄두 운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최신예 미라주2000이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대형 북 앞세우고 참가>
프랑스의 전위예술공연가「장·폴·구드」가 8천여 명의 인원을 동원해 기획한 이날 거리축제는 「빛과 소리,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연출했다.
이 행사에 들어간 돈만 9천5백만 프랑(약1백 억 원).특히 이날 축제는「자유· 평등· 박애」라고 한문으로 씌어진 대형 북을 앞세운 5백여 명의 중국유학생 행렬이 등장, 눈길을 끌었는데 이 대목에서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박수.

<불편 덜게 두 행사 묶었다>
프랑스의 보수계 일간지인 르피가로 지는 이번 행사에 소요된 비용을 약20억 프랑(2천 억 원)으로 추산하고 『과연「미테랑」 정권이 이번 행사로 어느 정도의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
프랑스 사람들의 일반적 불만은 이처럼 엄청난 축제 와중에 굳이 G7회담과 같은 정치적 행사를 연결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점으로 실제 많은 파리시민들이 이번 회담에 참석한 외국 정상들의 신변보호문제 때문에 시내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불만을 표시.
이에 대해 「미테랑」 대통령은 기념행사 따로 하고 G7회담 따로 해서 두 번씩 이나 파리시민을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두가지행사를 한데 모은 것이라고 여유 있게 응수.

<가봉대통령은 걸어가>
행사참가 32개국 정상들은 14일 콩 코르드 광장의 군사퍼레이드 참관 후 이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몰려든 차량으로 일대 혼잡을 빚어 기다리다 못한 한 대통령은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기도.
이 같은 사태는 32개국 정상들을 위한 50여대의 승용차가 일시에 몰리면서 빚어졌는데 「오마르· 봉고」가봉대통령은 기다리다못해 승용차를 포기하고 걸어서 숙소로 직행.「대처」영국수상의 승용차는 앞차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충돌할 뻔하기도 했다.

<기독교적 신념과 적대적>
로마교황청은 프랑스대혁명의 기본이념을 수용할 수 없다는 카톨릭의 종래 입장을 고수.
야소회 (제주이트 교단) 소속의「지아코모· 마르티나」 신부는 14일 바티칸 라디오방송을 통해 프랑스대혁명이 추구했던 가치들은 기독교적 신념에 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카톨릭은 그러한 가치들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마르티나」 신부는 『프랑스대혁명이 내걸었던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가치들은 기독교적 가치와는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이해됐었다』 고 비판했다.

<불편우려 예약취소 속출>
행사기간 중 호텔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라는 당초예상과는 달리 빈방이 남아돌아 파리의 호텔업자들은 울상.
파리시내 6백여 개 호텔들은 밀려드는 예약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으나 정작 행사기간에 들어서면서 혼잡과 불편을 우려한 예약취소 사태가 속출, 2백주년기념일 당일인 14일에는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골라서 호텔 방을 구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자크·시라크」파리시장은 당초 심각한 호텔 난을 우려, 『관광객에게 방을 빌려주고 받는 돈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해가며 파리시민들에게 민박을 호소했으나 결국 쓸데없는 걱정거리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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