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에게 돈 주는 을” 환자 보호자들도 불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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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호 06면

중국 동포 간병인 12만명

“돈 주는 을이에요.” 네이버카페 ‘뇌질환 환우 모임’의 보호자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환자들의 목숨을 간병인이 관리하기 때문에, 간병인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보호자들은 한 달에 200만원에서 300만원의 돈을 지급한다. 한 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간병인에게 주는 셈이다. 그에 걸맞은 간병을 받지 못 한다는 불만이 자주 제기된다. 간병인이 일을 실수해도 그 자리에 없다면 잡아내기도 힘들다.

노동환경 열악해 내국인은 기피 #체계적인 간병인 교육 안 이뤄져 #일본은 외국서 간병인 인력 수입

중국 동포 간병인들도 처우에 불만이 있다. 옌벤 출신의 한 간병인(58)은 “중국 동포들은 간병인 중에서도 밑바닥 처지”고 말했다. 이 문제를 연구한 김유휘 박사(가천대 포스닥 연구원)는 “간병인은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책임져주지 않는 영역에 속한다. 제도권 밖에 있어 노동 환경이 열악하고 임금 수준이 낮아 내국인은 기피하고 중국 동포들은 진입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간병인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체계적인 간병인 교육 시스템이 미비하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국인 간병인들은 “협회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특히 중국 동포 간병인들은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배운 게 전부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간병인 교육은 협회에서 전담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도 문제다. 많은 한국인 간병인들이 “중국 동포와는 말과 문화가 달라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중국 동포 간병인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땐 언어가 익숙치 않아 약을 잘못 먹일 뻔 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간병인이 부족해 외국인의 힘을 빌리는 국가는 우리뿐만 아니다. 김 박사는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동유럽 출신 간병인들이 노인 돌봄 영역에 이미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나서 외국인을 간병 인력으로 수입한다. 2008년 인도네시아로부터 간병인을 받아들인 것을 시작으로, 10년 뒤인 2018년에는 건강·의료전략 추진 본부가 2020년 여름까지 베트남으로부터 1만 명의 간호 인력을 수용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본부장은 아베 신조 총리다. 관리도 엄격하다. 일본의 국제후생사업단에 따르면 자국에서 간호학교를 수료하거나 고등교육기관에서 학위 이상을 취득해야 응모가 가능하다. 어학 기준도 두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N3 등급 이상이어야 노인 요양 시설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

정미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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