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교수, 친북활동 혐의 상당부분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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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의 친북활동 혐의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그의 사법처리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지난 22일 귀국할 때만 해도 국가정보원이 제기한 혐의들을 완강히 부인했던 그다. 이 때문에 그의 입국을 추진해온 단체들은 그의 결백론을 폈고, 심지어 강금실 법무부 장관마저도 그의 선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조사가 며칠 계속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宋교수가 지난주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방북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한 데 이어 29일에는 결정적인 혐의를 변호인(김형태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1973년 노동당 가입 사실,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항공료 등을 지원 받은 사실이다. 이미 宋교수가 국정원 조사에서 스스로 인정한 것들로, 현행법의 잣대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내용들이다.

예정에 없던 이날의 회견은 그런 점에서 어차피 공개될 부분을 미리 자인함으로써 국민적 반감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金변호사는 "노동당 가입 사실과 북한의 방북경비 지원 등은 宋교수 스스로가 국정원에 털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가입도 유신체제에 반대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종의 통과의례라는 주장이다.

宋교수가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나의 입장을 밝힌다'는 자술서를 통해 사실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준법서약'을 했음도 이날 공개했다.

결국 宋교수가 조사에 협조적이었으며 사실상의 준법서약서를 제출한 만큼 선처를 기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宋교수가 91년께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됐느냐의 여부다. 그에 대한 사법처리의 성격과 수위를 결정지을 핵심 사안이다.

金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宋교수가 94년 한차례 북한의 요청으로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방북했으나 북측에 김철수라고 부르지 말도록 항의했으며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돼 활동한 사실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부분은 그를 조사한 국정원 측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宋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만 아니라면 ▶그의 혐의가 대부분 과거의 일이고 ▶서약서까지 쓴 점을 감안해 불기소처분(공소보류나 기소유예)할 가능성이 일단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宋교수가 기자 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宋교수가 노동당 간부로 활동한 결정적 증거가 제시된다면 기소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宋교수는 유신체제(72년 10월) 직후인 73년부터 10여차례 방북을 했음이 드러났다. 공소시효(15년)가 지난 73년과 80년대 후반의 방북활동을 빼곤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 등이 적용된다.

宋교수가 73년 노동당 가입원서를 쓰고 지금까지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가입 혐의에 해당된다.

다만 85년 재독 유학생 오길남씨의 입북을 권유했다는 의혹(宋교수 측은 부인)은 사실로 확인이 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대상은 아니라는 것이 사법당국의 견해다.

이와 관련, 곧 수사를 넘겨받을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기록이 송치돼야 사법처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서약서를 제출한 것이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는 데 감안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배.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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