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비타민' 주식형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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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형 펀드 40조원 시대가 열렸다. 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3일 현재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0조631억원에 달했다. 1970년 5월 한국투자공사(현 대한투자증권)가 처음 선보였던 '안정성장 1월호 주식투자신탁'이 나온지 36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뿌리 내린 새로운 펀드 투자 문화가 증시의 체질을 확 바꿔놓았다고 평가한다. 5월 이후 외국인이 증시에서 6조원이 넘는 매도 공세를 펼쳤지만 증시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는 주식형 펀드의 공이 컸다는 것이다.

◆체질 개선 성공한 펀드 시장=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형 펀드 투자 행태는 1999년~2000년 불어닥친 '바이 코리아' 열풍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다. 당시 주식형.혼합형 펀드의 수탁액(2000년 6월부터 주식형과 혼합형 펀드를 분리해 집계하기 시작)은 1999년 초 10조원대에서 2000년 4월 70조원대로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러나 2000년 지수 하락과 함께 6개월도 안돼 20조원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펀드가 거치식이어서 주가 등락에 따라 급격한 자금 유출입이 있었던 것이다. 또 펀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펀드 투자 손실 문제로 증권사와 고객과의 마찰이 빈번했다.

그러나 적립식 펀드가 주식형 펀드의 대표주자로 나선 요즘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주가 조정때도 매달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몰렸다. 간접 투자 문화가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방증이다.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주식형 펀드가 하락장에서는 매도 공세를 받아주는 방파제로, 상승기에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 및 판매자 교육 신경써야= 저금리.노령화 추세 속에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주식형 펀드 가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투명성이 선진국 수준으로 좋아진데다, 기업들의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는 등 투자 환경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아직 초기단계인 퇴직연금 제도도 향후 주식형 펀드 자금 증가에 한 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국내 가계의 금융 자산 가운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6%에 불과해 향후 펀드 투자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700만명에 가까운 투자자들이 적립식 투자에 나서고 있어 매년 15% 정도의 수탁액 증가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펀드 투자 열기에 대한 노파심도 여전하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펀드 투자기간이 1년 미만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실적을 늘리려는 증권사.은행들은 밀어붙이기식 판매에만 열을 올릴 뿐 정작 중요한 투자자 교육은 뒷전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증시 침체가 계속될 경우 펀드 관련 민원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며 "투자자 뿐 아니라 판매 직원에 대한 교육에 내실을 기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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