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비ㆍ투자가 동시에 증가하며 ‘트리플 상승’을 나타냈다. 2월에는 ‘트리플 감소’로 부진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전체로는 산업생산이 2008년 이후 최대로 줄어드는 등 부진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월 전(全)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계열)는 전달보다 1.1% 상승했다.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3.6% 늘어난 영향으로 광공업 생산이 1.4% 증가했다. 보건ㆍ사회복지, 금융ㆍ보험 등 서비스업생산도 0.2% 늘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달보다 3.3% 증가했다. 미세먼지 탓에 공기청정기와 의류건조기 등 내구재의 판매가 7.7% 늘었고,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화장품 같은 비내구재도 2.4%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10% 증가하며 24개월 만에 최대 가장 크게 증가했다. 항공기 등 운송장비(26.2%) 같은 규모가 큰 일회성 투자가 늘어난 덕을 봤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도 전월보다 8.9% 증가했다. 2011년 11월(11.9%) 이후 8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착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이는 산업활동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3대 지표가 동반 개선된 것이다. 앞선 2월 하락 폭이 워낙 컸던 데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월에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9% 줄면서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한 바 있다. 2월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10.4% 감소하며 5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했고, 소매판매액도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 과장은 “2월에 지표가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어 동행ㆍ선행지수 하락세를 보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별지표는 특성상 변동폭이 클기 때문에 분기별로 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전체로는 생산ㆍ투자가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전 분기보다 0.8%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5.4% 줄었다. 소비는 같은 기간 1.3% 증가하며 홀로 분전했다. 이런 1분기 산업동향의 부진은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 10년만에 가장 낮은 -0.3%으로 떨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ㆍ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종합지표는 역대 최장기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표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전반적인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5)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2개월째 내림세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8.2)도 0.1포인트 하락했다. 10개월 연속 내림세다.
두 지표가 10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동행지수는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6월 이후, 선행지수는 같은 해 3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액 등 국가경제의 거시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도 1분기의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