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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교통혼잡지경 피해 양성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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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노점상 정비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시는 11일 오전9시 세종문화회관에 전문가·시민·노점상·관계공무원 등을 한자리에 모아「노점상의 종합정비·관리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된 노점상 대책을 놓고 열띤 토론이 있었다.
4개 분파와 종합토론으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전문가 4명의 사회·경제·물리·제도적 측면에서 본 노점상 실태와 관리방안 내용을 요약한다.
◇사회적 측면(유재현·한샘 주거환경 연구소장)=노점상 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노점을 시작한 이유는 가정수입 추가가 전체의 39%로 가장 많고 다음이 자본과 기술부족 30.4%, 실직·퇴직이 16.7% 순이다.
문제는 노점상들이 정부의 대책에 대해 계속 영업을 요구하는 경우가 7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정한 영업지역 요구는 13%이며 전업희망자가 3%미만으로 극히 적다는데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구청·경찰의 단속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피하는 경우가 61%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적당히 타협(13.3%) 하거나 단속하는 날만 장사를 안 하는 방법(11.3%)을 취하고있다.
반면 시민들은 노점상이 저렴한 가격, 이용 편의, 분위기 때문에 애용하고 있으나 통행에 큰 지장을 주고 비위생적이며 도시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노점상과 시민의 이해상충을 조절하고 노점상별 차이를 감안, 노점지역을 업무·유흥·상업·교통·주거·여가 등 6개 지역으로 나눠 특성별로 다른 대책을 세워야한다.
노점지역에는 작은 단위로 공무원·노점상·인근상인들로 구성된 자치회를 육성하여 노점상의 새로운 발생을 막을 수 있도록 관리를 위임하고 명부를 만들어 직업알선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제적 측면(김영모·단국대교수)=노점상이 경제규모가 매우 영세함에도 불구하고 번창하는 이유는 자본이 적게들고 토지를 대가없이 무단 사용하며 세금이 없어 순이익률이 평균 27%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점상의 대부분이 이전 직업보다 수입이 높아지거나(43.4%), 비슷하다(36.1%)고 대답했고 특히 회사원·공무원이었던 사람들의 40%이상이 노점종사 이후 수입이 오히려 나아졌다고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노점상의 하루매상 규모를 따져볼 때 5만원이하가 전체의 87%로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노점정책은 본질적으로 노점상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대책과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소수이나 일부(3.4%)가 하루 10만원이상의 기업형으로 노점상의 규모·자본·매상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노점규제는 전체적·획일적인 것보다는 노점의 분류·계층에 따라 부분적·단계적으로 실시하고 기업형 노점을 우선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노점상은 한편으론 도시 저소득계층에 값싼 상품을 공급하고 서민적인 휴식처 제공, 접근과 이용의 편리라는 순기능의 측면도 있으므로 이를 살리면서 교통방해·위생·미관문제가 최소화하도록 장소·시설·규격을 한정해 양성화시켜야 한다.
◇물리적 측면(이희봉·중앙대교수)=도시노점상 문제는 결국 도로라는 공공의 도시공간을 노점상인이 개인 설치물로 점유하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에 해결책은 그 설치물을 금지하거나 허용하는「물리적 문제」로 귀착된다.
노점의 적치물이 보도를 점유하는 비율은 도로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45∼60%를 차지하며 순 보도 폭은 이대입구처럼 최소 1.5∼4m까지 줄어드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와 함께 노점상은 특성상 버스정류장·지하도입구·교차로 부근 등 통행 밀집지역에 최대한 몰려있어「노점상에 의한 도시공간 착취현상」에 따른 교통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노점정리는 도시공간의 착취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교통밀집지역에서 일정거리에는 절대 금지시켜 보도의 기능을 살리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하며 구간별로 세분화해야 한다.
◇제도적 측면(최상철·서울대교수)=노점상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일부 노점상의 영세성을 감안한 보호적 측면을 가지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 정책은 거의 실현되지 않은 채 주로 단속 등 규제일변도였고 그나마 일관성 있게 집행되지 않고 선별적·국지적·일시적으로 실시돼 정책의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
그 동안 노점상 단속은 이처럼 법규적용의 형평을 잃었을 뿐 아니라 정부의 편의, 정책입안자의 즉흥적 발상, 국가적·국제적 행사를 위한 정책이라는 인상을 주어 단속에 대한 노점상의 반발을 심화시키고 일반시민의 불신과 비난을 자초해 왔다.
실제 노점상중 자신에 대한 처벌이 당연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11.8%에 지나지 않고 대다수(67%)가 부당하다고 대답, 단속에 대한 반발감이 지배적임을 내타내고 있다.
효과적인 노점상 정책을 위해 단속과 범행해 부분적 양성화가 필요하다.
역세권 주차장·백화점, 도심 외 공공건물의 대규모 야외주차장 등 야간이용도가 낮은 공간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 노점상지구를 개설하고 공원·유원지·한강고수부지·운동장 등 일부지역을 선정, 노점상을 집단 이주시켜야한다.
행정적 대책으로는 각 시·도에 노점상 관리를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도시계획과 연계해 노점상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법적으로는 노점상 관리·단속을 위한 조례 등 법령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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