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삼성···갤럭시 폴드 7월전 내놔야 세계 최초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 갤럭시 폴드 출시 전격 연기 

갤럭시 폴드의 날개가 꺾였다. 특히 갤럭시 폴드가 자랑하던 바로 그 화면이 '접히는 부분'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가 불가피했던 삼성전자로서는 애플이나 화웨이를 누르고 차지하려던 스마트폰 업계의 선도자(first mover) 등극도 잠시 미뤄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폼 팩터 체인저로 주목 받아 

갤럭시 폴드는 스마트폰 '갤럭시' 브랜드 출시 1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의 야심작이었다. 특히 스마트폰 출현 이후 유지돼 온 막대 형태의 외형을 완전히 바꾸는 '폼 팩터(form factor) 체인저'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개발자회의에서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고, 갤럭시 시리즈 출시 10주년인 올해 2월 공식 발표됐다. 스마트폰은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화면 크기는 3.5인치에 불과했다. 이후 스마트폰 화면은 점점 커졌고, 지금은 6인치 후반대가 일반화 됐다. 스마트폰 화면의 대형화가 진행될수록 역설적으로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화면을 접는 경쟁이 불붙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의 화면을 안으로 접는 방식(인폴딩)을 채택했다. 화웨이의 폴더블폰인 메이트X는 화면을 밖으로 접는 방식(아웃폴딩)이다. 인폴딩은 화면을 V자 형태로 접어야 돼 디스플레이간 이격 간격이 좁아 U자를 돌려놓은 형태로 접는 아웃폴딩보다 어려운 기술로 분류된다. 또 갤럭시 폴드는 OLED를 보호하기 위해 강화유리를 덧붙인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을 붙였다.

①화면 중간 접히는 부분이 전원 불량으로 깜빡거려    

갤럭시 폴드의 결함은 폴더블 폰의 특징인 바로 이 접는 부분과 CPI필름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결함은 크게 두가지로 먼저 화면 중간의 접히는 부분이 전원이 순간순간 차단돼 깜빡거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면을 접어야 하다보니 화면 중앙 부분은 앞뒷면 기판과 밀착시키지 않아 얇은 필름 형태로 노출되는 데 이 부분의 품질과 내구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또 일부 제품은 OLED 위에 붙인 CPI필름이 손으로 쉽게 벗겨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②화면 접히는 힌지 부분, 툭 튀어나와  

또 하나는 디스플레이 앞뒤 커버를 접었다 펴는 기능을 하는 힌지(경첩) 부분에서 이물질이 나타나 화면이 툭 튀어나오는 문제가 생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힌지의 구성품 오류인지, 외부에서 들어간 것인지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출시를 앞두고 화면을 접었다 펼치기를 반복하는 신뢰성 테스트를 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삼성전자 측은 당시 "화면을 20만번 이상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삼성전자는 당장 출시 일정을 다시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폴드의 결함을 바로잡아 완전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겠다"면서도 "지금은 결함의 원인 분석 단계여서 재출시일을 언급할 상황이 못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폴드의 결함을 잡는 데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폰 부품 업체의 한 관계자는 "힌지 부분은 이물질이 뭔지만 파악하면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플렉서블(접는) 디스플레이의 내구성 문제가 심각하다면 필름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폴더블폰 7월 출시 예정"  

갤럭시 폴드의 출시가 미뤄질수록 경쟁자중 화웨이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지난 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애널리스트 써밋'에서 메이트 X를 7월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화웨이 역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중국 BOE의 수율이 낮아 출시 일정을 9월로 연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샤오미나 애플, LG전자 등도 폴더블 폰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형태나 출시 일정이 공개된 적이 없다. 폴더블 폰을 최초로 공개했던 중국 업체 로욜은 중국 온라인몰 티몰에서 8999위안(약 153만원)에 폴더블 폰을 예약판매 중이지만, 정식 시판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결함을 바로잡아 7월 안에 출시할 수 있을 지 여부에 스마트폰 업계의 선도자(first mover) 자리를 지킬지 화웨이에 넘겨줄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