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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의 '마약 일탈'···SK가 3세에 현대가 3세도 구속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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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 대마 등 변종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외국에 체류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모씨가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액상 대마 등 변종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외국에 체류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모씨가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액상 대마 등 변종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현대가 3세 정모(29)씨에 대해 검찰이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국에 머무르다 귀국해 전날 오전 9시30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체포된 정씨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를 대부분 인정했다.

"아는 누나일 뿐 마약 함께 안 해"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과거 유학 시절 알게 된 이모(27)씨에게서 대마와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를 7회 구매해 자택 등지에서 이씨와 4회, 앞선 지난 9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SK가 3세 최모(31)씨와 1회 등 총 11회 마약을 흡입했다. 정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했지만 이씨가“정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과 함께 대마를 흡입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는 누나일 뿐 마약을 함께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근무지에서 경찰에 붙잡힌 최씨는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씨 역시 “구매한 대마를 주로 집에서 피웠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정씨와 최씨의 대마 흡입 의혹은 이들에게 공통으로 액상 대마를 공급한 이씨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마약 관련 제보를 받고 지난 2월 20일쯤 이씨를 체포해 휴대전화에서 거래 정황 등을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재벌가 3세는 일반 대마 외에도 대마 카트리지로 불리는 액상 대마를 흡입했다. 액상 대마는 대마 성분을 농축해 만든 것으로 대마 특유의 냄새가 적게 나고 환각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씨는 지난해 이씨에게서 액상 대마와 대마초를 15차례 구매해 흡입하고 최근 또 다른 판매책(30)에게서 대마초를 3차례 구매해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최씨 등에게 돈을 받고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 판매책에게서 대마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측은 지난 19일 첫 재판에서 대마 흡입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평소 친한 재벌 3세들의 부탁으로 돈을 받고 대마를 구해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종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31)씨가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 인천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종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31)씨가 9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경찰서를 나서 인천지방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가 3세, 마약 공급자 모두 유학파 

정씨와 최씨, 그리고 이들에게 대마를 공급한 이씨는 모두 해외 유학파다. 정씨와 최씨는 유학에서 돌아와 일가와 관련한 회사에서 근무했다. 정씨는 영국에서 머무르다 사건이 알려진 지 20일이 지나서야 귀국하며 경찰에 “2월 중순경 신축 사옥 문제로 사업차 영국에 출국했다가 몸이 아파 신병 치료 중이었으나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했다”고 밝혔다. 두 재벌가 3세는 취재진 앞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최씨에 이어 정씨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번 마약 사건에서 또 다른 유명인 공범이 나올지 이목이 쏠렸지만 경찰은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씨의 ‘아는 누나’ 신원을 파악해 그 여성이 대마를 함께 흡입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정씨는 간이시약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씨에 대한 마약 정밀감정을 의뢰하고 정확한 구입ㆍ흡입 횟수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를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연장해 추가 수사를 한 뒤 이번 주 중 최씨를 기소할 계획이다.

인천=최은경ㆍ심석용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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