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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농산물 소비자·생산자 신뢰 쌓는 블록체인 유통 시대 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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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022년부터 학교급식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 적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농식품 유통 이력 전반에 블록체인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생산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포장에 농산물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QR코드로 모든 생산·유통 과정을 조회할 수 있다. 정보는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되고 투명하게 공개된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연속 기획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한다. 11회에선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을 만나 변화를 꾀하는 농산물 유통 관리에 대해 들었다.

라이프&경제 #스페셜 리포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진단과 전망⑪

인터뷰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 지난 18일 블록체인 기술을 학교급식시스템에 도입 할 경우 예상되는 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인성욱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 지난 18일 블록체인 기술을 학교급식시스템에 도입 할 경우 예상되는 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인성욱

이병호 사장
●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졸업
● 서울대 대학원 농경제사회학부 졸업
● 전 농식품유통연구원 원장
● 전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려면 발 빠른 유통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 어떤 상태인가. 
“e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기준 110조원을 돌파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농산물 유통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빠른 배송과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를 주선하는 온라인거래시스템이 농식품 유통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새벽 배송이 인기다. 이는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 유통에 대전환점이 되고 있다.”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다는데 무엇이 달라지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사이버거래소는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으로 안전한 먹거리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전국 초·중·고의 약 88.5%가 이를 이용해 학교급식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입찰비리, 식중독 같은 식재료의 안전성 등이 사회적 문제로 연이어 부각되면서 전보다 더욱 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성 강화의 일환으로 식자재 유통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와 문서 위·변조 방지를 위한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연구해 2022년에 학교급식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유통 관리에 도입하면 어떤 이점을 기대할 수 있나.

“유통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다양한 멀티기기로 정보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의 경우 구매하려는 농식품이 언제 어디에서 생산돼 마트까지 왔는지 스마트폰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수입 농식품도 원산지나 유통기한 등을 바로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식품에 문제가 생겼을 땐 유통 과정을 쉽게 역추적할 수 있어 오염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바로 확인하고 즉각 조치할 수 있다.”

농가에도 도움 되는 점이 있는지.

“소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통해 농산물이 안전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는 우리 농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하게 제공되는 농산물의 생산·유통 정보는 생산자인 농민을 신뢰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는 국산 우수 식재료의 소비를 촉진시킬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축적된 정보로 농산물 수급을 미리 예측해 계약재배와 기획생산을 확대할 수 있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되는 문제점은 없나. 있다면 준비하고 있는 대비책은.

“블록체인 기술이 원활하게 도입되려면 기초가 되는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정확성과 정교함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교급식을 예로 들면 인증·등급·행정처분 등 농산물의 다양한 정보가 교육청·지자체·식품의약품안전처·농산물품질관리원 등과 연계되고, 관련 데이터가 개방돼 정보의 신뢰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데이터 축적이 자동으로 되겠지만 대부분의 농산물 기초 데이터의 입력은 결국 사람 손에서 시작된다.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차세대 정보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하려면 생산자의 인식 개선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농업계가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국내 농산물이 ‘K푸드’로 불리며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까.

“농가 소득과 직결된 신선 농산물이 인기가 많다. 지난해 신선 농산물 수출은 전년 대비 약 16.5% 증가한 13억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국가 전체의 수출 실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농수산식품 수출은 올 3월까지 2.4% 증가했다. 우리 농식품의 해외 수출을 늘리려면 국내 유통의 현안을 해결하고 각국의 비관세 장벽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그중 특히 잔류농약 관리 같은 안전성 관리가 중요하다. 농산물사이버거래소가 향후 도입할 블록체인 기술은 식재료 안전성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해외 바이어들도 국내 농식품의 유통 과정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해 국내 농식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일 것이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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