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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악연이 된 박유천과 황하나...마약 투약 놓고 엇갈린 진술

중앙일보

입력

인연(因緣)이 악연(惡緣)이 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의 얘기다. 2017년 4월에 열애 사실은 알린 이들은 같은 해 9월 결혼 소식까지 전했지만, 이듬해 결별했다. 현재는 마약 투약 혐의로 황씨는 구속됐고 박씨는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두 사람이 경찰에서 밝힌 진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황씨는 박씨 탓을, 박씨는 황씨를 탓하는 모양새다.

경찰, 다음주 박유천, 황하나 대질 조사 예정

황하나 "마약 투약 강요받았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뉴스1]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뉴스1]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기도 성남시의 한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황씨를 체포했다. 황씨는 2015년 5~6월과 9월 서울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4월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품 2가지를 불법 복용한 혐의도 추가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황씨가 올해 2∼3월에도 필로폰을 투약한 정황을 포착했다. 황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그러면서 "과거 마약을 끊었지만, 박유천의 권유로 다시 투약했다. 그가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거나 구해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구속한 황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올해 2~3월 필로폰 투약 혐의는 제외했다. 황씨가 이 기간에 박유천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함께 필로폰은 투약한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박씨의 집 등을 압수수색하고 17일과 18일 잇따라 박씨를 불러 조사했다. 박씨의 주장은 "황씨가 마약을 한 사실도 몰랐다"다.

박유천 "마약한 적도, 권한 적도 없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지난 17일 오전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가 지난 17일 오전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를 위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씨는 경찰 압수수색 전인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주장했다. "마약을 하지 않았고 권유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강조하며 "결별 후에 황씨에게 협박을 받았다. 헤어진 후에도 황씨가 찾아오면 달래주려 했다. 황씨가 본인의 마약 전과나 불법 약물에 관해 얘기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사이 경찰은 황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증거를 수집한 상태였다. 대표적인 것이 폐쇄회로 TV(CCTV) 영상이다. 박씨와 황씨는 지난해 결별을 알린 뒤에도 서로 왕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올해 2~3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수십만원을 입금하는 장면도 CCTV에 찍혔다. 박씨가 돈을 보낸 계좌는 마약 거래 계좌로 추정되는 계좌였다.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품을 찾아오는 장면도 확인됐다.

박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마약 판매자로 추정되는 계정과 연락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황씨도 "박씨가 마약을 사는데 동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은 박씨가 마약상과 온라인으로 연락해 돈을 입금하고 제3의 장소에서 마약을 주고받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씨는 일절 혐의를 부인했다. "황씨와 최근까지 만나 입금을 하고 물건을 가져다준 것은 맞지만 모두 황씨의 부탁으로 한 일이다. 대신 입금한 돈이 마약 대금인지도, 전달한 물건이 마약인 줄도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혐의 부인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 속속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지난 17일 경찰에 출석한 박씨는 체모 상당수를 제모한 상태였다. 머리도 염색했다. 박씨는 "콘서트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할 땐 평소 제모를 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다만 이달 초 자택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61·미국명 로버트 할리)씨도 과거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을 때 염색을 하고 체모를 제모한 상태로 나타났다. 박씨의 오른손등에선 의심스러운 상처가 발견됐다. 박씨는 왼손을 자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의 변호인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박씨는 과거 활동할 당시부터 주기적으로 신체 일부에 대해 제모를 했고 경찰이 제모하지 않은 다리에서 충분한 양의 다리털을 모근까지 포함해 채취했다"고 밝혔다. 손등의 상처도 "수개월 전 다친 것으로 손등뿐만 아니라 새끼손가락에도 같이 다친 상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엇갈린 두 사람의 진술에 경찰은 다음 주 박씨와 황씨를 상대로 대질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이 지난 16일 압수수색을 하면서 박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는 보통 1주일 이내 마약을 투약했을 때 양성 반응이 나온다. 황씨도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반응이 나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선 '양성' 반응이 나왔다. 황씨는 박씨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에 따라 옛 연인 간 진실게임 결과가 드러날 전망이다. 박씨의 마약 검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말에 나온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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