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임명에 黃 "나도 국민도 속았다"···한국당 장외투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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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자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극렬히 반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인사 대참사가 발생했고 인사 독재를 보았다”며 “저도 속고 우리 당도 속았다. 우리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속았다. 국민을 마치 조롱하듯 깔보듯 무시했고, 민생의 엄중한 경고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말로 하지 않겠다. 행동으로 하겠다. 문 대통령의 무능과 오만, 문재인 세력의 국정 독점, 그 가시꽃들의 향연을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은 2008년 한나라당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자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쓴 표현이다.

한국당은 거리에 나서기로 했다.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권 국정운영 규탄’ 집회를 연다. 황교안 체제에서 첫 장외 투쟁이다.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한국당은 당원ㆍ지지자 1만여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두 행진도 검토 중이다. 황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봄을 함께 만들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장외 집회에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경질,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최저임금, 탈원전 정책, 4대강 보해체 등 현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은 임명강행이 예고된 이날 오전부터 문 대통령을 성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이해충돌 행위를 한 이미선 후보를 임명해서는 안된다”며 “오늘 문 대통령의 오만한 전자결재 클릭 한 번이 마지막 둑을 넘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우리법연구회와 민변 등 코드 사슬로 엮여있는 이미선 후보자 임명은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라며 “마음에 안드는 법, 적폐라 규정한 법을 헌재로 넘겨 무더기 위헌 결정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희경 대변인도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왔던 법적 신뢰,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가 땅바닥에 내팽개쳐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원장 김세연)도 보도자료를 내고 “18일 전국 1624명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63.6%에 달했다.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57.5%였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바른미래당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윤리적 흠결은 물론 심각한 법적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 강행하는 것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라며 “과연 누가 헌법재판소를 우러르고 헌법재판관을 신뢰하며 존경할 수 있겠나. 법치와 민주주의를 어둡게 하는 정부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낙마한 건 불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부적절하다는 것이 이유였다”며 “이미선 후보자의 경우 주식에 관한 구체적 의혹이 제기돼 더더욱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정국이 급랭하면서 문 대통령이 순방 출국 전에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그 말씀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청와대 인사 책임자들을 살리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를 버린 아둔함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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