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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을로 내려온 굶주린 북극곰…먹이주며 돌보는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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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한 마을로 내려와 먹이를 찾고 있는 북극곰. [kamchatskiy_sever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의 한 마을로 내려와 먹이를 찾고 있는 북극곰. [kamchatskiy_sever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극동의 한 마을에 굶주린 북극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 마을에 북극곰이 나타나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 북극곰의 서식지는 발견된 마을로부터 북쪽으로 약 700km 떨어진 추코트카로 추정되며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캄차카 당국 관계자가 SNS에 올린 영상을 보면 마른 모습의 북극곰 한 마리가 마을의 한 건물 주변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북극곰은 공격할 조짐 없이 먹이를 찾는데 집중하고 있고, 주민들은 멀리서 곰을 지켜봤다.

AP통신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은 북극곰을 피하지 않고, 물고기 등 먹이를 주며 돌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북극곰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북극곰 주변을 돌보며 관찰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캄차카당국은 이번 주 후반 진정제를 이용해 이 북극곰을 잠들게 한 뒤 헬기를 이용해 서식지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 부근의 얼음 위를 걷는 북극곰[AP=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 부근의 얼음 위를 걷는 북극곰[AP=연합뉴스]

최근 러시아에서는 마을에 북극곰이 출몰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북극해 인근 노바야 제믈랴 제도의 한 주택가에 북극곰 50여 마리가 집단으로 나타났다. 이 북극곰들은 굶주린 상태였으면 이 가운데 약 10마리는 아예 눌러앉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환경론자들은 이 북극곰이 유빙 위에서 표류하는 동안 방향 감각을 잃었을 수 있다며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블라디미르 추프로프 그린피스 활동가는 "기후변화 때문에 북극이 더 따뜻해지면서 먹이를 잡아 먹을 환경은 더 좁아지고 접근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음이 줄어들면서 북극곰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람들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해빙에 크게 의존하는 북극곰의 경우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결과적으로 북극곰이 주로 잡아먹고 사는 물개를 빼앗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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