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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수익률 마이너스인데 수수료 떼면 누가 좋아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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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용병. [연합뉴스]

조용병. [연합뉴스]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 고객에게 수수료를 떼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퇴직연금 수수료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쥐꼬리 수익률 더 낮추는 수수료 #고객이 납득할 수 있게 조정 주문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경영회의에서 내놓은 지적이다. 저조한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19조원)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까지 합치면 그룹 전체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1조8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 12%)에 이른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확정급여형(DB형) 1.43%, 확정기여형(DC형) 0.89%에 그쳤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01%로 역대 최저였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이 퇴직연금 강자라면서 수익률은 다른 회사와 큰 차이가 없다”며 “차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는 퇴직연금 수수료가 높은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수익률에 상관없이 금융회사가 일률적으로 떼가는 수수료는 가뜩이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신한은행은 DB형에서 평균 0.45%. DC형에서 0.6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를 고객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조 회장의 주문이다.

조 회장은 또 “그룹 차원에서 퇴직연금에 역량을 집중해 고객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오는 6월 퇴직연금 업무를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매트릭스는 각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부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조직이다. 고객이 은행·금융투자·생명보험 중 어느 곳을 통해 퇴직연금에 가입하더라도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상품에서 투자하는 대상도 다양화한다. 안정적이지만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은 부동산펀드나 인프라·사회간접자본(SOC)펀드 같은 대체투자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회 초년생 고객을 위한 ‘생애주기펀드(TDF) 2050’도 출시한다. 고객이 젊을 때는 공격적인 투자로 고수익을 추구하고 나이가 들면 수익률은 낮더라도 안정적인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퇴직연금의 수수료율은 상품별·고객별로 조정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원신한전략팀의 한용구 본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기업, 장기계약자에 대한 수수료 할인 외에도 일반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수수료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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