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 부상하고, 김영철 구제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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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제1부상 승진 추정)이 향후 대미 협상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 나섰던 최 부상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때 김혁철 국무위 특별대표에게 실무대표 자리를 내주면서 위상약화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1일과 15일 각각 하노이와 평양에서 기자회견에 나서 북한 관계자들이 언급을 금기시 하는 김 위원장의 심기를 직접 전하면서 건재를 알렸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정세' 분석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5일 개최한 ‘최근 북한정세 평가’를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기동 부원장은 “최(선희) 부상이 최고인민회의(11일)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노동당 전원회의(10일)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약진했다”며 “그동안 대미 협상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겸임)의 통일전선부가 했다면 향후 최 부상의 외무성이 주도할 가능성을 인사조치를 통해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통전부가 관장했던 북미대화가 어그러지며 '수령의 결정에는 오류가 없다'고 선전해 오던 북한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자 채널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나섰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은 회담 결렬 여파로 문책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회담에 간접적으로 참여한 최 부상의 위상은 대폭 강화된 반면, 실무협상에 나섰던 인물은 책임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 실무 책임자였던 김영철 당 및 국무위 부위원장은 지난주 연이어 있었던 당과 국가기관 인사에서 자리를 유지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부위원장이 하노이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자이긴 하지만 북한 내부의 위상과 역할을 감안해 조사를 받고 자아비판을 하는 선에서 면책됐다고 한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왼쪽),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부국장(가운데)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베트남 하노이 영빈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왼쪽),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부국장(가운데)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베트남 하노이 영빈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원은 지난 12일 남측을 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 발언과 관련, “미국의 편이 아닌 북한의 편에 서달라는 불만성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또 북한이 향후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며 과거 보였던 대북제재 해제 중심이었던 입장을 탈피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하노이회담에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조급한 모습을 노출했고, 제재 완화에 매달릴수록 그 여지가 줄어든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미국과의 대화 모멘텀을 살려나가기 위해 체재 안전보장과 같은 상응조치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지난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2일 오후 공개한 영상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붉은 원)이 주석단에 앉아 있는 모습.[연합뉴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가 지난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렸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12일 오후 공개한 영상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붉은 원)이 주석단에 앉아 있는 모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북 전략을 수정할 지에 대해 연구원은 가능성을 낮게 봤다. 최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주류 정치권의 반대에도 본인이 주도해 북·미 협상을 여기까지 끌고온 데 자부심을 보였다”며 “본인의 재선 레이스에서 성과로 활용하기 위해 늦어도 내년 초까지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내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진전이 없을 경우엔 북한을 핑계대며 협상을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있어 불안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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