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때리기와 감싸기, 그 이면엔 내년 총선 PK 혈투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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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 중 정치권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 조국 민정수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직후부터 지지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여권 지지자들은 조 수석을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분신)로 여긴다. 둘은 공통점도 많다. 고향이 부산이고, 인물이 준수하며, 노무현ㆍ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이었고, 변호사와 법학 교수로 법조계에 있었고,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으며, 정치권과 인연이 길지 않다는 점 등이다.

반면 반대 진영에선 일찌감치 눈엣가시로 여기고 조 수석에 대한 정치적 흠집 내기를 이어왔다.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필두로 한 여러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청와대 특감 반원의 골프 접대 논란 등 위기도 적잖이 있었다.

최근 강공으로 충돌 중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논란의 중심에도 검증 책임자인 조 수석이 있다. 최정호 국토부,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 후보자가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조국 부산 출마론’이 제기됐다. 부산시당 위원장이자 핵심 친문 중 한 명인 전재수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부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조 수석은 영입 1순위다. 청와대와 비공식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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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입장에선 내년 총선 때 부산ㆍ경남(PK)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 PK는 2017년 대선(문 대통령 38.7%, 홍준표 후보 31.9%)부터 지난해 지방선거(오거돈 시장 및 구청장 16명 중 12명 민주당 소속)까지 여권에 힘을 잔뜩 실어줬다. 하지만 최근 여론은 심상찮다. 리얼미터의 4월 2주차 집계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25.2%로 37.6%인 한국당보다 10%포인트 이상 밀린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부정 평가가 과반(51.8%)으로 긍정(40.7%)평가보다 11.1%포인트 많다. 4ㆍ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경남 민심도 진보의 성지라는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신승했고, 통영ㆍ고성에선 한국당 후보가 일방적으로 이기는 등 좋을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공격이 집중되는 논쟁적 인물이자,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 격인 조 수석이야말로 이 지역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논쟁이 거칠어지고 대척점이 명확해질수록 유력 인물을 중심으로 구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수석이 무너지면, PK까지 내줄 수 있다는 건 독이 될 수도 있다.

부산 북ㆍ강서을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 검증도 하지 않고 페북질, 카톡질에 매진하는 조 수석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부산 북ㆍ강서을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 검증도 하지 않고 페북질, 카톡질에 매진하는 조 수석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당 입장에선 조 수석을 향한 비난이 일거양득인 측면이 있다. 사법개혁의 키를 쥔 조 수석을 흔들고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이나 국정 운영을 비난하는 동시에 PK의 여당 차기 잠룡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실제 민주당은 한국당의 조국 때리기에 대해 “한국당이 정치공학적으로 조 수석이 부산에 출마할 거란 전제를 깔아 두고 흠집을 내려는 것”(전재수 의원)이라는 입장이다.

권호 기자 gn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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