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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21세기판 상산하향’ 운동? 1000만 대학생 농촌으로

중앙일보

입력

올 여름부터 중국에선 ‘21세기판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이 벌어진다. 상산하향은 문화대혁명 시기 도시의 지식청년을 농촌으로 대거 보내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게 한 캠페인을 말한다.
중국 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은 지난달 말 발표한 통지를 통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 간 여름을 이용해 1000만 대학생 등을 농촌으로 보내는 ‘삼하향(三下鄕)’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마오쩌둥 시기 1700만 도시 청년이 농촌으로 내려가 농민에게서 배우는 상산하향 운동이 벌어졌다. 사진은 상산하향 운동의 일환으로 16세 때 산시성 량자허 마을로 내려간 시진핑이 생활했던 토굴. 나란히 놓인 침구가 마오의 꿈을 꾸며 잠들었을 시진핑과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마오쩌둥 시기 1700만 도시 청년이 농촌으로 내려가 농민에게서 배우는 상산하향 운동이 벌어졌다. 사진은 상산하향 운동의 일환으로 16세 때 산시성 량자허 마을로 내려간 시진핑이 생활했던 토굴. 나란히 놓인 침구가 마오의 꿈을 꾸며 잠들었을 시진핑과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삼하향은 문화와 과학기술, 위생의 세 가지 방면에서 농촌에 봉사하겠다는 의미다. 1968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제기한 상산하향은 농민에게서 배우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농촌을 돕겠다는 취지로 과거와는 물론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오의 지시에 따라 69년 산시(陝西)성 옌촨(延川)현의 량자허(梁家河)로 내려가 7년 간 토굴 생활을 하며 인생의 기초를 닦았다는 ‘시진핑 모델’이 50년 만에 중국에서 부활하고 있다는 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청단은 통지에서 이번 캠페인이 “시진핑 총서기의 청년 공작에 대한 중요 사상을 학습하고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가 주창한 상산하향이 반 세기 지나 시진핑에 의해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공청단은 21세기판 상산하향 운동과 관련해 6개의 중점 프로젝트를 제시했는데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대학생 지원자 중심으로 2022년까지 1000만 명이 참여하는 삼하향 운동을 펼치겠다는 대목이다.

올 여름부터 4년 간 1000만 대학생을 농촌으로 보내겠다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의 지난달 22일 통지. 최근 이 소식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 퍼지면서 50년 만의 상산하향 부활이란 말을 낳고 있다.

올 여름부터 4년 간 1000만 대학생을 농촌으로 보내겠다는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의 지난달 22일 통지. 최근 이 소식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 퍼지면서 50년 만의 상산하향 부활이란 말을 낳고 있다.

여름 방학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 경우 매년 여름 적어도 250만 명의 젊은이가 농촌으로 몰려가게 된다. 문제는 과거 상산하향 운동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군중 동원 성격을 가진 이번 공청단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마오가 발동한 상산하향 운동으로 1700만 명의 도시 청년이 강제로 농촌으로 보내지면서 뜻밖의 이산가족 비극이 벌어졌고 젊은 날의 교육이 실종되며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지식청년 하향’과 뭐가 다르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자 공청단은 부랴부랴 ‘1000만 명’이 아니라 ‘1000만 인수(人數)’를 말하는 것이라며 이런 저런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그게 그것 아니냐’라는 말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운동이 과거의 상산하향과 닮은 점 또 하나는 청년에 대한 실업대책 성격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마오 당시 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대거 보낸 데는 도시의 인구 증가를 막고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제적인 고려가 있었다.
이번에도 공청단은 20만 청년을 농촌에서 창업시켜 부자가 되게 하겠다, 대학을 졸업한 10만 청년을 귀농시켜 창업을 돕겠다 등과 같은 농촌을 기지로 한 다양한 청년 취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며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해석을 낳는다. 공청단은 도시의 젊은 피를 농촌에 수혈해 농촌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말하지만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50년 전 상산하향의 부활이란 볼멘 소리가 높은 것이다.
한편 딩쉐량(丁學良) 홍콩 과기대 교수는 이번 공청단 캠페인은 농촌 기층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농촌 간부가 마을 불량배들과 결탁해 당의 관리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문혁 시기 농촌에서 배우자는 구호 아래 #10여 동안 1700만 도시 청년이 농촌으로 #반 세기 지난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 간 #1000만 대학생 보내 봉사와 창업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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