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니라 정신력...버전 2.0 우즈 그린재킷 향해 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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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코너의 끝자락인 13번 홀 그린에서 경사를 살피고 있는 우즈. 우즈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AFP=연합뉴스]

아멘코너의 끝자락인 13번 홀 그린에서 경사를 살피고 있는 우즈. 우즈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AFP=연합뉴스]

오거스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듯 했다. 타이거 우즈가 다섯 번째 그린재킷을 입을 기세다.

우즈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11언더파로 13언더파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에 2타 차 공동 2위다.

토니 피나우가 우즈와 같은 11언더파이며 브룩스 켑카는 10언더파 4위다. 최종라운드는 낙뢰 위험 때문에 경기 시간이 당겨졌다. 우즈는 한국시간 14일 오후 10시 20분 몰리나리, 피나우와 한 조로 경기한다.

과거 우즈는 힘으로 경쟁자들을 제압했다. 1997년 마스터스를 제패할 때 거리 2위 보다 25야드를 더 쳤다. 지금은 아니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97야드로 35위다. 최종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할 토니 피나우는 그 보다 21야드를 더 쳤다.

대신 우즈는 대신 놀라운 인내심으로 경기했다. 6언더파로 경기를 시작한 우즈는 초반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점수를 줄이지 못했다. 1,2라운드 보기를 했던 5번 홀에서 또 보기를 하면서 5언더파로 밀렸다.

초조할만 했지만 우즈는 침착했다. 모자를 벗어 땀을 한 번 닦고는 다시 경기에 몰입했다. 우즈는 "5번 홀 그린에서 6번 홀 티박스로 가는 동안 인내심을 갖자고 얘기했다. 앞으로 갈 길이 머니 참고 버티자고 나 자신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우즈는 6번 홀에서 어려운 내리막 버디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상승세를 탔다. 7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핀 30cm 옆에 버디를 잡아냈고, 파 5인 8번 홀에서도 2온에 성공, 3연속 버디를 했다.

가장 어려운 11번 홀에서다. 우즈의 티샷은 오른쪽 숲 쪽으로 날아갔다. 우즈는 더 오른쪽으로 가라고 외쳤다. 공은 우즈의 말대로 더 오른쪽으로 갔다. 놀랍게도 이 곳에서 그린까지 나무가 가리지 않았다. 갤러리들은 모세를 맞은 홍해 바다처럼 길을 열어줬다. 누가 그의 길을 막겠는가.

타이거 우즈. [AF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 [AFP=연합뉴스]

우즈는 이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우즈는 파 5인 13,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핀이 매우 어려운 곳에 꽂힌 16번 홀에서도 버디를 했다. 우즈는 "몰리나리 등이 13언더파로 올라가기에 두 자리수 언더파에 가는 것을 목표로 세웠는데 이를 달성했다"고 했다.

우즈는 1997년과 2001년, 2002년, 2005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14년 만에 다시 그린재킷을 노리게 됐다. 우즈가 마지막 메이저 우승을 한 것은 11년 전인 2008년 US오픈이다. 최종라운드 선두와 2타 차 2위는 우즈가 부상에서 복귀 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에 가장 근접한 순위다. 가장 좋은 기회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2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던 우즈는 골프 최고의 훈장을 다시 받을 가능성이 있다. 몸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우즈는 많이 변했다. 상대를 밟고 짓이겨 승리를 거두던 과거와 다르다. 팬들에게 사인도 많이 해주고 동반자에게도 친절하다.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이기려 한다. 버전 2.0 타이거 우즈는 과거 보다 인내심이 더 강했고, 바로 그 우즈가 메이저 우승을 노린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가는 우즈의 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하지 않았을 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역전 우승이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 13년간 1라운드 10위 바깥에 있던 선수가 그린재킷의 주인공이 된 적은 없다. 우즈는 1라운드 공동 11위였다.

우즈는 또 지난해 디 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했다 실패했다. 당시 우승자가 몰리나리(디 오픈), 켑카(PGA 챔피언십)다. 우즈는 그들과 다시 경쟁해야 한다.

더 이상 압박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즈는 "항상 프레셔를 느낀다.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날은 은퇴하는 날일 것이다. 뭔가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압박감을 느끼며 난 항상 그 기분을 느낀다. 그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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