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말과 6월 말 일본을 방문할 때 서울을 찾을 수 있는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려 하면 북ㆍ미, 또는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는 미국이 북한에 너무 적대적인 행동을 보이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비 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문 특보는 설명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의 방미가 성공적이어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상황이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주영 한국대사관(대사 박은하)과 채텀하우스가 공동 주최한 ‘한반도 평화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런던 한국대사관·채텀하우스 포럼 연설 #"대화 메커니즘 살아나 文 방미 성공적 # 하노이 회담때보다 상황 훨씬 나아져" # 문 대통령 방미 목적도 소개 #"美 북에 적대 행동시 치명적 결과 우려 # 점증적 이행 중요하니 작은 것부터 하길" # #
그는 연설에서 “문 대통령의 방미는 성공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포함돼 논의하는 메커니즘이 문 대통령의 방미로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계적 접근 방식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 자신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의 의도를 파악해 자신과 상의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이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와 타협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상황은 이제 하노이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6일 새 일왕의 첫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6월 말에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일본을 찾는다. 이때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은 세 가지 기본 목표를 갖고 워싱턴에 갔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목표는 대화와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문 특보는 "두 번째는 어떤 종류의 ‘나비 효과'도 피하기 위해 워싱턴과 평양을 설득하려 했다"고 말했다. “나비 효과는 사소한 일이 치명적인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인데, 미국이 북한에 너무 적대적인 행동을 보이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은 정말 양쪽이 나비효과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세 번째 목표는 핵무기와 모든 제재 해제를 맞바꿔 ‘원샷 타결’하는 포괄적인 ‘올 포 올(all for all)’ 합의에 관한 것이었다고 문 특보는 전했다. 미국의 입장과 달리 “(비핵화) 합의의 이행은 점증적(incremental)이어야 하고, 면밀한 로드맵과 매우 구체적인 시간표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는 불신이 종종 있었는데, 불신의 틈을 줄이기 위해서는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양 측이 작고 사소한 제스처를 교환하는 것이 올 포 올 합의와 점증적 이행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고 위험한 여정에서 일시적인 차질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빅 딜(big deal)과 김 위원장의 스몰 딜(small deal)의 부조화가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도 한·미정상회담에서 하노이 회담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더 많은 기회를 열 수 있는 일시적인 어려움이었다"고 표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