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딜·개성공단 다 안돼" 김정은 줄 당근 결국 노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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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총 116분의 ‘압축적’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 2월 28일 밤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문 대통령과 통화하며 “김정은 위원장과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한 지 44일 만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간엔 긴장감이 고조됐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남북, 북·미 대화의 동력을 살려야 하는 임무를 안고 한·미 정상회담에 임했다. 이번 회담의 결과와 의미를 5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5가지 키워드로 본 文·트럼프 정상회담 116분

 그래픽 =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 =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스몰딜 VS 빅딜=“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빅딜(big deal)에 관해 얘기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정오께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딜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그간 한국은 ‘굿 이너프 딜’(영변 핵시설 폐기와 부분적 제재 완화)을, 미국은 빅딜을 요구하며 비핵화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 측이 말하는)딜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며 "많은 스몰딜이 있고 단계적으로 쪼개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빅딜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측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바른 딜(right deal)”이란 용어도 썼다. 반면 한국 측은 '굿 이너프 딜’을 사후 언론 브리핑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한ㆍ미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이 끝난 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만 말했다. 이어 “가급적 조기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협의를 했다”고도 했다. 외교가에선 "허심탄회한 협의"는 통상 "이견이 컸다"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오벌오피스에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오벌오피스에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금강산·개성공단 지금은 안 돼"=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 "솔직히 제재를 늘리는 것을 반대하지만, 현 상태의 제재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제재는 제자리에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질의에도 “적당한 때가 되면 지지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문 대통령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협상에 남북 경협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 문 대통령 면전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나 백악관이 발표한 한ㆍ미 정상회담 결과에서도 남북 경협과 관련한 미국 측 지지 발언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관계자가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 한·미 각자의 역할에 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만 언급했다.

 ③북한에 줄 당근 있나=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도 대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2주 앞두고 북측과 본격적인 물밑 대화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남ㆍ북 회담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 불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근본적으로 하노이 회담 때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측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에 힘을 실어주면서 북한과 협상의 여지는 줄어들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거론한 ‘인도적 지원’이 대안이 될 수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가 식량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한국 정부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워싱턴=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1일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워싱턴=청와대사진기자단]

 ④3차 북ㆍ미 정상회담 가능성은=문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ㆍ미 회담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이 끝난 후 “하노이 회담 이후에 제기된 여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결과 발표 자료를 통해 ‘톱 다운’ 방식을 강조하고 차기 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한 남ㆍ북 정상회담 추진 계획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단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면도 “빠를 필요는 없다. 올바른 딜(proper deal)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⑤‘린치핀(linchpin·핵심)’은 확인=외교부는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의 목적을 "북핵 문제 논의와 한ㆍ미동맹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문제 외에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이란제재 예외조치 연장과 자동차 관세(미국 무역법 232조) 적용 문제 등 현안이 산적했다. 백악관의 회담 결과 설명자료에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의미하는 '린치핀' 단어가 재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단독회담에서 “한국은 특별하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미국 측 요구로 매년 협상하기로 했던 것에서 다시 3~5년 주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역·군사 문제도 논의됐다고 밝힌 만큼 또 다른 의제도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강태화 기자, 이유정 기자 uuu@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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