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도 아니다...데이비스 61타수 연속 무안타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먹튀'로 기억될 크리스 데이비스(33·볼티모어 오리올스)가 61타수 연속 무안타 신기록을 세웠다.

1841억원 계약 후 '공갈포' 더 심해져 #계약 끝나도 51세까지 연 32억원 받아

볼티모어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12일 오클랜드전에서 8회 삼진을 당하며 아쉬워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볼티모어의 크리스 데이비스가 12일 오클랜드전에서 8회 삼진을 당하며 아쉬워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데이비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던 야즈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홈 경기에서 7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4타석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데이비스는 전날 오클랜드전에서 1984년 토니 베르나저드(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세운 57타석 연속 무안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12일 4차례 타석에서도 안타를 만들지 못한 데이비스는 61타석 연속 무안타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이미 데이비스는 연속 타수 무안타 메이저리그 최장 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이 기록도 이날 53타수로 늘어났다.

데이비스의 무안타 기록은 지난 시즌 말부터 이어왔다. 올 시즌 11경기에서는 32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다. 타격감이 워낙 안 좋은 데다 심리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여 무안타 기록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데이비스는 2016년 볼티모어와 7년 총액 1억6100만 달러(약 1841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정확성은 원래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아메리칸 홈런왕에 두 차례(2013년 53홈런, 2015년 47홈런)에 올랐을 만큼 파워가 뛰어났다. 그러나 대형 계약 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데이비스에게 준 돈은 볼티모어 구단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평소답지 않게 무리한 지출을 결정한 볼티모어는 이후 선수 보강에 애를 먹고 있다. 데이비스 계약엔 트레이드 거부권도 있어 다른 팀에 보낼 수도 없다.

문제는 데이비스가 '먹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먹튀'란 대형 계약 후 '먹고 튄다'는 스포츠계의 속어다. 그러나 볼티모어와 데이비스 계약에는 지불 유예(deferred)' 옵션이 들어있다.

계약 총액 1억6100만달러 중 4200만달러를 계약이 끝나는 2023년부터 15년간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팀이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이에 따라 데이비스는 계약이 끝나더라도 2037년까지 연 평균 280만 달러(약 32억원)를 볼티모어 구단로부터 연금처럼 받는다.

먹고도 튀지 않는, 데이비스는 2037년 만 51세가 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계약을 한 탓에 볼티모어의 재정 부담은 28년이 지나야 끝난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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