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큰 병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주부 김모(58.서울 여의도동)씨는 자녀들 성화에 난생 처음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혈액.소변 등 기본검진과 추가로 유방암과 대장암 검사를 했다. 통증이 걱정돼 대장암은 수면내시경으로 했다. 놀라운 검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에 조그만한 혹이 있었다. 다행히 혹이 크지 않아 건강검진센터에서 곧바로 절제 수술을 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올바른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스스로 건강하다 자신해도 정기적으로 건강 상태 체크가 없으면 한 순간에 예기치 못한 병에 걸릴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만이 모르게 찾아온 질병이 심각한 단계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전엔 40세 이상 중장년층만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최근 그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20.30대 젊은 층도 건강 검진을 많이 받는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별 이상이 없었으나 뒤늦게 대장암.췌장암 발병을 알고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기적 건강검진만 받으면 건강을 지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는 건 잘못된 믿음이다.

일반적인 기본 검진 외에 개인적으로 취약한 질병에 대해선 집중 검진을 받거나 추가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암과 관련해 가족 병력(病歷,병의 경력)이 있는 사람은 부위 별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암은 남성.여성 모두에게 발병률이 높다. 흔히 남성에게 많이 걸리는 암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여성 암환자 중 대장암은 무려 10.4%로 위암(16.4%). 유방암(13.7%)에 이어 세번 째다.

일반적으로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지를 보는 대변잠혈(潛血)검사나 직장경 검사를 하게 된다. 직장(直腸)은 항문과 연결되는 장의 끝 부분으로 S자형의 결장(結腸)으로 이어진다. 대장암 환자 절반이 직장에 병이 생겼다. 하지만 대장암 가족 병력이 있거나 비만인 사람, 육식을 즐겨한 사람은 결장까지 조사하는 대장 내시경검사를 따로 받는 것이 좋다. 정상임이 밝혀졌더라도 3~4년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한다.

가족 중 유방암에 걸렸던 사람이 있거나 유방에 멍울이 자주 잡히는 여성은 유방 초음파검사 추가 검사가 꼭 필요하다. 또 고지혈증.당뇨병의 가족 병력이 있는 경우는 해마다 최소 2회씩 혈당.혈압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 가족 병력이 있다면 뇌로 가는 목의 굵은 동맥, 경동맥을 초음파로 관찰해 봐야 좋다.

흡연.비만.고혈압 등 심장병 발생 위험 요인이 있다면 운동부하 검사를 받아 심장질환 위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B형 또는 C형 간염자는 최소 6개월 한번씩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60세 이상 남자는 많이 발병하는 전립선암 조기 발견을 위해 직장초음파 검사를, 췌장암 발병이 걱정되면 복부부위 CT검사를 받는 게 상책이다.

최근 늘고 있는 갑상선암을 검진하려면 별도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의도중앙검진센터 권오중 대표원장은 "건강검진 결과가 비정상으로 나오더라도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식생활 습관 등을 바꿔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며 "반면 검진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건강을 방심하면 큰 병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여의도중앙검진센터(02-6277-2100) 대표원장 권오중

◎맞춤형 건강검진?

최근 대부분의 건강검진센터가 '맞춤형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고객의 나이.직업.가족 병력 등을 살펴 기본 검진 외에 추가 검진을 권장하고 있다. 획일화된 검진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검사를 추가로 받거나, 원하는 검사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가족의 질병력, 개인검사 이력, 고객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맞춤 검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불규칙한 식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겐 소화기 정밀검사 및 위.대장 내시경을 권한다. 중년 남성은 심장 및 호흡기 계통 정밀검사, 주부는 유방암 등 부인과 정밀검사와 알레르기 검사가 필요하다. 노인들은 치매.뇌질환.복부질환 정밀검사를 하는 게 좋다.

뇌.폐.복부.척추 질환이 의심되면 CT 정밀촬영이 필요하다. 갑상선초음파.심장초음파.운동부하 검사는 선별적으로 택하면 된다.

암.당뇨와 같은 질병은 가족들의 병력을 알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흡연 기간이 길거나 많은 양의 흡연을 하는 사람은 폐CT 등 심도있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생활습관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검진을 받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개인별 필요한 검사에 중점을 두는 맞춤형 건강검진은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아 경제적 건강검진을 가능하게 한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을 위해 늦은 시간대나 토요일에 본인이 원하는 검사만을 골라서 받는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한편 요즘 건강검진센터들은 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는 지속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첫 검진 이후 전문 '건강설계사(Health Planner)'가 지속적인 건강상담을 통해 고객의 평생건강 관리를 맡는다. 이로써 질병의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다.

도움말=여의도중앙검진센터 및 뉴라이프클리닉(02-1588-3875)

◎건강검진 전 주의사항은?

여름엔 사람의 신체적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역설적으로 자신의 몸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계절이 될 수 있다. 휴가철 휴양지로 떠나기 전 하루 정도 시간을 내 건강상태를 점검하자. 건강검진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검사 전날>

■ 저녁 식사는 기름기 없는 음식으로 가볍게 먹고 오후 9시 이후 금식한다.(담배.커피.약.껌 등 일체의 음식)

■ 복용중인 약이 있으면 주치의 허락을 받아 복용을 중지한다.

■ 과음.과로 및 과격한 운동을 삼가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검사 당일>

■ 아침을 굶고 공복시간이 길어지면 위에 부담을 줌으로 검진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검사당일엔 가능한 적은 물과 함께 복용하고 약은 지참한다.

■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검사 당일은 복용하지 않는다.

■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받는 남성은 소변을 참는다.

■ 청소년 및 미혼 여성은 골반강 초음파 검사를 위해 소변을 참아야 한다.

■ 기혼 여성은 검사 전 임신 여부를 반드시 확인한다.

◎우리나라 남자 발생 '5대 암'-자료:국립암센터 1999-2001년 3년간 통계

1. 위암 23.7%
2. 폐암 17.0%
3. 간암 17.0%
4. 대장암 9.8%
5. 방광암 3.1%

◎우리나라 여자 발생 '5대 암'

1. 위암 16.4%
2. 유방암 13.7%
3.대장암 10.4%
4.자궁경부암 9.8%
5.폐암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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