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운동장 사용 독점한 조기축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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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일요일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하러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일요일 아침이면 조기축구회에 가입한 사람들 때문에 운동장 사용이 어려운 것을 평소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낮 12시가 다 된 시간에 운동장을 찾았다.

그러나 그 시간에도 축구는 계속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임차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공휴일에 운동장을 찾는데 계속 축구를 하는 어른들에게서 남을 생각하는 모습이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어른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초등학교에서 고기를 구우며 막걸리.소주를 마셨다. 주변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운동장 한편에선 동네 꼬마들이 놀고 있었는데 그런 어른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어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쓰레기도 치우지 않은 채 운동장을 떠났다. 어른들이 축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 학교에 고마움을 갖지는 못할망정 그런 추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민우.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