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군 수도 국제공항 공습…민항기 끊기고 대피 아수라장

중앙일보

입력

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던 미티가국제공항을 공습한 직후의 위성사진. 곳곳에 포탄 자국이 보이고 활주로에 있던 정부군 헬기에서 연료가 새어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던 미티가국제공항을 공습한 직후의 위성사진. 곳곳에 포탄 자국이 보이고 활주로에 있던 정부군 헬기에서 연료가 새어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동부를 근거지로 둔 리비아국민군(LNA)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이던 미티가 국제공항을 공습했다. 민간 항공기의 운항이 전면 중단되고, 수천 명이 긴급 대피하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유일하게 가동되던 미티가국제공항 폐쇄 #정부군 헬기, 총탄자국서 연료 새어 나와 #수천 명 여행가방 놔둔 채 급히 달아나 #유엔 공습 비난…트리폴리 전기 끊길 우려

 8일(현지시간) 유엔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 정부로부터 수도를 탈환하겠다며 진격 중인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의 LNA가 공습을 해 미티가 공항이 폐쇄됐다. 공항 활주로에 있던 정부군 헬기는 타이어가 주저앉고 총알 자국에서 연료가 새어 나온 채 방치돼 있다. 민간 항공기도 모두 활주로에 발이 묶였다.

반군이 공습하기 전 미티가국제공항의 위성 사진 [AP=연합뉴스]

반군이 공습하기 전 미티가국제공항의 위성 사진 [AP=연합뉴스]

 모든 항공편이 취소된 가운데 공항에 있던 수천 명이 급히 대피했다. 항공편을 기다리던 이들은 여행 가방을 대합실에 놔둔 채 달아나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공습으로 공항 곳곳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이미 가동이 중단됐던 트리폴리 국제공항은 LNA가 장악했었는데, 파예즈 알 사라즈 리비아 총리가 투입한 정부군이 탈환했다. 트리폴리를 빠져나가고자 하는 이들은 미티가 공항으로부터 200㎞ 떨어진 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도 탈환에 나선 반군 대원이 대공포를 장착한 트럭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수도 탈환에 나선 반군 대원이 대공포를 장착한 트럭에 앉아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은 즉각 미티가 공항에 대한 공습을 비난했다.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는 성명을 내고 “가동 중인 국제공항에 대한 공격은 인도주의적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트리폴리에 대항한 일방적인 군사작전은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모든 리비아인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하프타르 사령관의 대변인은 “정부군 시설이 공격 대상이었을 뿐 민간 항공기는 표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반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군이 무기를 챙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군이 무기를 챙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공습으로 인한 부상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LNA와 정부군의 교전 과정에서 30여 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80여 명에 달하고 있다.

 교전이 격화하면서 트리폴리에서 지금까지 2800여 명이 집을 떠났다고 유엔이 전했다. 식량과 석유 등 생필품 사재기가 극심한 가운데 조만간 전기 등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가 끊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다피의 독재정권이 막을 내렸지만 8년 만에 리비아는 또다시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다피의 독재정권이 막을 내렸지만 8년 만에 리비아는 또다시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AP=연합뉴스]

 알 사라즈 총리와 하프타르 사령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로 지난해 5월 파리에서 만나 연말까지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국 혼란으로 선거는 연기돼왔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하프타르를 인정해 줬던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공항 공습 이후 알 사라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사태를 논의했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몰락했지만 리비아는 무장세력이 난립하면서 사실상 내전 상태가 이어져 왔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카다피 축출에 참여했던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이 현재 정부를 끌어내리려 수도로 진격 중이다. [AP=연합뉴스]

2011년 '아랍의 봄' 때 카다피 축출에 참여했던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이 현재 정부를 끌어내리려 수도로 진격 중이다. [AP=연합뉴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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