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항 지진은 하늘의 경고?…무당같다" 명예훼손 주장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 패소

중앙일보

입력

"이번 포항 지진에 대하여 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코 이를 간과해서 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2017년 11월 16일 류여해 당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

"무당인가 그랬어요. 무당은 그런 소리 하겠지. 정치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 무당 같고, 목사라고 하는 사람이 하는 말도 무당 같고. 무당이나 하는 소리지 어떻게 지진난 거 가지고 정부 탓하고 과세 탓하고. 그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죠."(2017년 11월 20일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017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중앙포토]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017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중앙포토]

포항 지진을 두고 '하늘의 준엄한 경고'라고 말한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류 전 위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당인가 그랬어요"라고 평가한 김동호 목사의 설전이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류 전 위원이 김 목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류 전 위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지난달 28일 류 전 위원의 패소를 확정했다.

'무당'이라니…명예훼손·모욕 주장한 류 전 최고위원

류 전 위원은 2017년 11월 16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 "포항 지진에 대해 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고 발언했다 논란을 빚었다. 비난 여론이 잇따르자 류 전 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천벌이라고 말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며칠 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김동환 목사에게 "류 위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냐"고 물었고, 김 목사는 "조금 심하게 이야기해도 괜찮겠냐"고 운을 뗀 뒤 "정치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 무당 같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죠"라며 무당에 빗대 비판했다.

류 전 위원은 즉각 반발했다. 류 전 위원은 김 목사의 발언이 명예훼손·모욕적이어서 본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김 목사를 상대로 위자료 1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법원, "개인 의견 내보였을 뿐 명예훼손 아니다"

법원은 김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구체적 사실을 적시했다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지만, 순수하게 의견만 표명하는 것으로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당인가 그랬어요", "무당은 그런 소리 하겠지"같은 김 목사의 발언이 류 전 위원의 주관적 명예 감정을 침해하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이는 구체적 사실적시가 아닌 개인적 생각이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런 표현을 썼다는 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정치인 비판은 언론의 기능…"모욕 아니다"

김 목사의 발언은 모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특히 언론에서 공적인 존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류 전 위원의 발언이 최고위원회 회의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나온 점에 주목했다. 언론을 통한 김 목사의 비판은 정치인의 직무활동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기능이라고 본 것이다. 또 자연재해를 정부에 대한 하늘의 경고와 결부시킨 류 전 위원의 발언이 논리적이기보다는 미신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비유적으로 '무당'이라는 표현을 썼으므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류 전 위원이 낸 상고를 기각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