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로 학교 지킨 교사들, 불 200m앞 기록물 사수한 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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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살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4일 강풍이 불던 강원도에서 불씨가 날아다니며 산불이 옮겨붙는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이날 강원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온 소방관들과 군·경, 산림청 등 공무원들이 총 동원돼 화마와 싸왔다. 자신의 자리에서 사투를 벌인 또다른 공무원들도 있다. 교사와 판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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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과 속초 시내로 산불이 번졌을 때 이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화마와 악전고투하며 학교를 사수했다.

5일 JTBC는 전날 강릉 옥계중 교사가 호스 하나를 들고 화마를 저지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불꽃이 학교를 덮치려는 찰나 다급하게 뛰어온 교사가 호스 하나를 들고 불이 번지지 못하게 물을 뿌리는 모습이 담겼다.

교사의 빠른 대처에 학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박명화 옥계중 교장은 "이거 하나, 호스 하나로 (학교를 지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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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에 따르면 속초시 속초고에서도 교사들은 화마와 싸웠다. 속초고 학생 A군은 "야자 시간 도중 감독 선생님이 긴급히 대피하라고 말씀하셨다"며 "10분 뒤 장사동 일대 사람들이 대피 문자를 받고 속초고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A군은 "먼저 대피해서 끝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이 다 나갈 때까지 학교에 남아계셨던 것 같다"며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본인들 자동차를 이용해서 당장 집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셨다. 학부모님들도 빠르게 학교에서 자녀를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JTBC]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JTBC]

법원에서도 기록물 보존을 위해 비상이 걸렸다.  JTBC에 따르면 불길이 번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판사와 직원들은 밤 11시쯤 남쪽으로 177㎞ 정도 떨어진 양양등기소로 급히 자료를 옮길 준비에 나섰다.

화마가 200m 앞까지 닥쳤지만 판사들과 법원 직원 20명은 재판기록을 차량 3대에 담아 기록물을 2시간 동안 날랐다.

건물 안에 있는 전산 서버도 옮겨놓기 위해 대법원에서 전산 요원을 급히 보내기도 했다.

속초시청도 전직원을 주민대피소 10여 곳에 투입해 대피 안내를 하는 등 비상근무를 이어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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