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단독주택 공시가격…매년 10채 중 1채 산정 오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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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단독주택 10채 중 하나꼴로 공시가격 산정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감정원의 부실 검증, 국토부의 허술한 감독까지 겹쳐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이 ‘부실 덩어리’ 비판을 받고 있다.

지자체 개별주택 산정가 엉터리 #감정원 검증 거쳐 작년 8% 조정 #올해는 표준·개별 값 변동률 큰 차 #감정원 검증 부실 가능성 제기

본지가 국토부의 2018년 공시가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개별 단독주택 397만가구 중 8.3%인 32만9120가구의 지자체 산정가격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의 검증에서 산정 오류로 나타나 상향 등 가격 조정을 거친 뒤 예정가격 열람에 들어갔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대표성이 있는 표준주택 22만가구는 감정원이 산정한다. 나머지 개별주택 가격은 지자체가 표준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매긴다. 지자체의 산정가격은 감정원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앞서 2017년 감정원의 검증으로 산정가격이 조정된 가구는 33만8881가구로 전체(370만가구)의 10.5%였다. 2016년 산정가격 조정 비율은 9.2%였다.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이원화된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전국적으로 400만가구가 넘는 단독주택을 정부가 일시에 조사·산정하는 게 인력·예산·시간에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2005년 주택공시가격이 도입될 때부터 그랬다.

개별주택 가격은 정부가 제공하는 주택가격비준표에 따라 지자체 공무원이 가격배율을 산출해 이를 표준주택 가격에 적용해 산정한다. 비준표에는 23개 항목의 토지·건물 특성이 계량화돼있다. 공식대로 하면 되는 개별주택 가격 산정에 오류가 많은 것은 대부분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하거나 토지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격 조정 내역은 표준주택 선정 착오와 주택특성 착오가 총 28만여가구로 86%를 차지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용도지역 등이 다른 표준주택을 비교 대상으로 삼거나 건물구조 등을 잘못 입력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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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산정 오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원은 올해 조정내역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자체 가격 산정에 이어 검증 과정에도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의 산정가격에 대해 감정원이 2월 11일부터 3월 13일까지 한 달가량 검증했기 때문이다. 부실 검증은 올해 자치구별로 최대 7%포인트 넘게 차이 나는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가격 변동률 격차에서 알 수 있다. 개별주택 산정가격이 표준주택과 가격균형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에는 “개별주택 가격과 표준주택 가격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가격균형 여부도 감정원의 검증 대상이다. 표준주택이 지역 대표 주택이고 이를 기준으로 제대로 계산된 개별주택 가격이라면 표준주택 가격 변동률과 개별주택 가격 변동률이 비슷해야 한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가격 상승률 차이는 1%포인트 이내였다.

뒤늦게 감사에 나서겠다는 국토부가 모를 리가 없다. 정부는 개별주택가격 조사를 위해 조사반을 편성한다. 조사반은 국토부·감정원 등 중앙통제부와 시·도 공무원으로 구성된 시·도통제반, 시·군·구 공무원의 가격조사반으로 이뤄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산정과 검증, 감독 모두 구멍이 뚫린 셈”이라며 “착오나 오류가 나오지 않도록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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