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의원 수사 1주일 어떻게 돼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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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경원 의원 밀입북 사건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가 5일로 1주일이 지났으나 사건 전모가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만 더해주고 있다.
안기부는 그 동안 서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8명을 구속했으나 영장에 나타난 범죄 사실은한결 같이 불고지죄뿐이어서 수사가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는 인상이다.
이 사건은▲서 의원이 몇 차례 입북했고▲북한으로부터 어떤 지령을 받았으며▲공작금 규모는 얼마고▲의정 활동 등을 통해 국내에서 어떻게 활약했는가 하는 점과 이 과정에서 평민당·가농·천주교·언론·친인척 등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입북 사실을 알고 어떻게 도와 주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서 의원이 방량균 비서관을 서독으로 보내 1만 달러를 받아왔다는 사실과 주변 측근들이 밀입북 사실을 알고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수사과정에서 앞으로 파헤쳐야 할 의문점을 알아본다.
◇간첩 여부=서 의원에게 간첩죄를 적용하려면 우선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내용을 밝혀내야 한다.
서 의원의 구속 영장에는 88년8월 한차례 입북사실만 나타나 있을 뿐 구체적인 지령내용이 없으며 85년에도 입북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더 이상의 입북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실정.
또 서 의원이 국내에서 언제 누구를 상대로 간첩활동을 했는지, 또 북한측과 어떻게 통신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가 보안법상의 간첩죄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가 기밀을 수집하는 행위가 대상이며 지령은 형식이 구두·서면에 관계없는 지령 수수자 간에 지배 복종 관계가 필요 없다는게 대법원의 판례.
국가기밀은 「군사 기밀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서 적국에 알리지 않는게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내용」쪽으로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공작 자금=드러난 것으로는 방 비서관이 북한 공작원 이모로부터 1만2천 달러를 받아 2천달러는 자신이 사용하고 나머지 1만 달러를 서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내용뿐이다.
과연 현직 의원이 북한측에 포섭 됐을 경우 공작금 규모가 1만 달러 밖에 안될지는 의문거리.
그 동안 서 의원의 행적과 관련, 주 원일 레벨산업의 인수자금이나 선거자금·여의도 농민 집회 지원 자금 등의 출처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이나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또 서독 교포 최영씨(39)의 신병을 확보, 서 의원에게 자금을 제공했는지를 캐고있으나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변인물 수사=서 의원 밀입북 사실은 오래 전부터 광범위하게 알려져 평민당·가농·천주교·언론계 관계자들이 불고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 중 가농 관계자는 김상덕 회장. 정성헌 사무국장 등이 구속됐으며 특히 김 회장의 경우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가 안기부의 강력한 요구로 하루만에 다시 청구하기도 했다.
또 한겨레신문의 윤재걸 기자는 서 의원을 인터뷰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구속 영장이 발부됐으나 천주교쪽에 대한 사법처리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은 『서 의원이 찾아와 입북 사실을 털어놓았으나 고해성사는 아니었다』고 밝힌데다 『당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사람이 배석했었다』고 기자회견까지 해 수사결과가 크게 주목거리.
또 수사가 진행되면서 서 의원 주변 평민당 관계자들에 대한 무성한 추측의 난무했으나 결과는 오리무중인 실정.
이길재 평민당 대외 협력 위원장이 구속됐으나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고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란 점에서 신속하게 처리결과를 국민들에게 밝혀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서 의원 사건 수사과정에서 수사 당국이 불고지죄를 남용하거나 형평을 잃은 적용을 하고 있다는 일부 법조계의 비판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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