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핫라인] 1등에 취하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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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1위에 만족하면 안 된다. 혁신의 자세를 잃고 과거 향수에 젖어 있다가 사라진 유통업체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정재은(67.사진) 신세계 명예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점에서 열린 사내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미 대기업들의 치열한 싸움터로 변한 유통업계의 변화를 우리가 주도해자"는 당부도 했다. '유통업의 미래'라는 주제의 이날 강연엔 관계사 등을 포함해 수도권 지역 부장급 간부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부군인 그는 1992년 조선호텔 명예회장을 거쳐 1996년부터 신세계 명예회장을 맡아 왔다.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대신 한해 한번씩 이런 식으로 대주주의 메시지를 임직원들에 전달해 왔다.

그가 꺼낸 향후 신세계의 전략은 'T자형 성장'. ▶온라인 쇼핑과 ▶특화된 고급 전문점 ▶소형 매장에서 특정 품목을 초저가에 파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유통망을 구축하고 해외에선 이마트의 규모를 계속 키운다는 것이다. 가로 축으로 새 업태를 늘려 나간다면 세로 축으로 종전 사업의 깊이를 더하자는 뜻이다. 그는 또 RFID(전파인식) 같은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새 유통기법을 도입하자고 했다. RFID란 상품에 소형 칩을 부착해 가격 등 정보를 무선주파수로 전송.처리하는 '비접촉식 인식시스템'. 이런 기술로 유통.생산업체 모두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정 명예회장은 "너도나도 글로벌화를 외치지만 유통업은 특정 국가의 문화.생활양식과 관계가 깊어 현지화가 중요하다"며 "두 개념을 합친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 그룹은 삼성그룹으로 분리된 15년 전에 비해 ▶매출은 17배 ▶세전 이익은 55배 ▶자산규모 13배 ▶점포수 19배로 성장했다. 정 명예회장은 경기고.서울대 공대와 미 콜롬비아 대학(석사)을 나왔으며 삼성전자 사장, 삼성 비서실 명예회장 등을 지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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