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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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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청와대 대변인 후임자를 찾는데 어려움’ ‘청와대 직원의 퇴직 바람’.

3일 본지에서 이런 기사를 보곤 다시 느꼈다. 문재인 정부의 조숙(早熟)성 말이다. 어인 얘기인가 싶을 터인데, 말 그대로 정치적 황무지에서 몸을 일으켜 ‘대권’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청와대에서 일한 후 다시 황무지로 떼밀린 지인 A씨의 최근 발제문(‘집권 경험의 축적과 활용’)이 이해를 도울 거다. 그는 청와대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별정직)과 ‘늘공’(일반직)의 이직 패턴을 이렇게 분석했다. “3~4년 차엔 어공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임원으로 ‘생계형 낙하산’ 집중 → 4~5년 차부터 어공이든 늘공이든 충원에 어려움 → 5년 차 되면 남아있는 어공들이 늘공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상황.”

이제 집권 2년 차(23개월)일 뿐이다. 그런데도 어공들이 떠나고 청와대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조짐이 보이긴 했다. 집권 6개월 만인 2017년 11월 정무수석을 초선 출신 비서관으로 충원했더랬다. 통상 수석급의 내부 승진은 임기 말 현상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하던 현 정권에서도 과거의 패턴이 반복되는 건 집권 과정의 인과율 때문이다. 다시 A씨의 진단이다. ▶5년 대선 주기로 이뤄지는 대선 캠프 중심의 당내 정치▶대선 캠프 참여자들의 ‘장기 투자’와 ‘희생’ ▶이 과정에서 발행되는 ‘약속어음’의 문제로, 이로 인해 집권 1~2년 차에 약속어음 교환이 폭주하고 3~4년 차에 약속어음이 부도나기 시작하며 5년 차엔 새로운 약속어음을 찾아 인력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외쳐온(때론 용인된) 진보도, 목소리가 컸을지언정 양태는 같다. 왜? 구조 때문이다. 서로 계면쩍은 ‘도덕 쟁탈전’ 대신 구조를 말할 때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