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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고용노동규제 확 바꾼다…정부가 필요성 입증 못하면 폐지 또는 개선

중앙일보

입력

규제OUT 스타커버

규제OUT 스타커버

영세한 기업이나 농·축·수산업에선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는 이유다. 문제는 고용기간 5년(3년+2년 연장)이 지나면 돌아가야 한다. 이들이 다시 입국해 일하려면 6개월의 경과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이들을 고용했던 사업장은 인력난과 숙련공 부족에 허덕여야 한다. 정부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재입국 특례제도를 시행 중이다. 성실한 외국인 근로자에 한해 3개월 만에 재입국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고용부 규제혁신심의회 본격 가동…민간 전문가 주축 #상반기 중으로 59개 지침에 담긴 394개 규제 전수 심의 #영세업종 인력난 감안,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 기간 단축 #산재 정도에 따라 보고 방식, 완화 또는 온라인으로 대체

고용노동부는 2일 "이마저도 길다"는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입국 특례제도를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입국 가능 기간을 3개월보다 더 단축하는 방향이다.

고용부의 이런 결정은 최근 출범한 규제혁신심의회에서 이뤄졌다. 심의회는 민원 처리 원칙을 확 바꿨다. 이전에는 기업이 건의한 사안의 필요성을 기업이 직접 입증해야 했다. 그러나 심의회는 건의를 받으면 정부가 직접 전문가와 함께 검증과 심사를 진행하고, 규제 필요성을 정부가 입증하지 못하면 폐지 또는 개선한다. 수요자 중심 정책인 셈이다. 심의회는 고용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노사단체에서 1명씩 참여하지만 주로 경영이나 법학자, 고용부 고위 간부로 구성돼 있다.

지난 2월 25일 오후 규제혁신을 위한 민관협업 간담회가 열렸다. [뉴스1]

지난 2월 25일 오후 규제혁신을 위한 민관협업 간담회가 열렸다. [뉴스1]

규제혁신심의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고용부가 운영중인 행정규칙을 전수 심의할 계획이다. 이달 중으로 고용정책 분야 11개 행정규칙의 규제 적정성을 따진다. 이어 직업능력개발과 노동정책 분야 8개 행정규칙, 3차로 산업안전과 산재보상분야 40개 행정규칙을 심의 대상에 올린다. 이들 59개 행정규칙에 담겨있는 규제사무만 394건이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현장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산업현실에 맞게 바꿀 것"이라며 "다만 산업안전 분야는 국민 안전과 관련되기 때문에 무분별한 폐지나 완화가 이뤄지지 않도록 유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1차 규제혁신심의회에서는 16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선정해 올해 안에 정비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 특례제도를 비롯해 황산이나 염산과 같은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대상 물질의 농도와 규정량을 선진국 기준과 산업현실에 맞춰 현행 10%에서 20%로 완화하는 내용이 선정됐다.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의 근로자 안전관리를 위해 현행 공사금액 4000만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하던 안전관리비 계상 기준을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채택했다. 산재 보고 방식을 산재 정도에 따라 차등 완화하고, 온라인 관리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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