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굉장히 고통”…미국, 빅데이터로 돈 흐름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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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북한 사람들은 지금 굉장히(greatly) 고통받고 있다”며 “북한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난 그저 현 시점에서 추가 제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달 23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재무부가 발표한) 추가 제재 조치의 철회(withdrawal)를 지시했다”고 밝힌 데 대한 부연 설명이었다.

전문가 “1~2년내 북 외화 바닥” #쌀·밀가루 등 식량 가격도 상승 #추가 제재 땐 김정은 도발 가능성 #“미국 대북제재 효과 계속 주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발언 직전에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는 매우 좋다. 그는 나와 매우 잘 지내는 사람이다. 우린 서로를 이해한다”고 추가 제재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이유를 근거로 북한이 “굉장히 고통받고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미 행정부의 대북 분석에는 ‘빅데이터’ 분석도 포함된다고 복수의 미국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본격적으로 스터디하기 시작했다”며 “그중엔 빅데이터를 이용한 북한의 현금 흐름 추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이점을 이용해 전 세계 달러의 흐름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적하고, 이 중 어느 정도 규모가 중국·동남아 등을 경유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지도 파악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북한 경제가 대북제재 여파로 어렵다는 것은 경제학계에서도 공유되는 현실이다. 북한 경제 전문인 서울대 김병연 경제학과 교수는 “늦어도 내년, 이르면 올해 안으로 북한의 외화는 바닥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북제재의 여파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도 31일 북한 시장에서 쌀과 밀가루 등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10만t의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쌀 등 식량 가격 추이는 북한 경제의 바로미터다. 3월 초 북한의 주요 식량의 시장 가격은 쌀 1㎏에 5250원으로 이는 지난해 1월(4200원)보다 약 1.3배 올랐다. 또 밀가루 가격은 4500원, 옥수수는 2450원으로 각각 한 해 동안 1.5배, 1.4배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엔 기자들에게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겠다”면서 “약 1년 이내에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고 ‘1년 시한’을 언급하기도 했다. 부동산 사업가로 숫자에 민감한 그가 ‘1년’이라는 시한을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추가 제재를 한다면 북한 민생고가 커지고, 김정은 위원장이 극단적 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이 계산에 넣고 있을 수 있다.

외교소식통은 “미국 재무부와 정보당국, 국무부는 물론 북한과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는 부처들은 북한 제재 효과 및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관련 정보들이 보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소식통은 “한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북한이 그간 도발의 타이밍으로 삼아 온 소위 ‘태양절’(김일성 생일로 북한 정권이 중시하는 명절)을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도 그 결과를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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