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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없어진 김정남 암살…"베트남 여성도 5월초 석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남 살해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온 도안티흐엉이 1일 살인 혐의를 벗고 법원을 나서며 미소짓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그녀에게 상해 혐의만을 적용해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 [EPA]

김정남 살해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온 도안티흐엉이 1일 살인 혐의를 벗고 법원을 나서며 미소짓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그녀에게 상해 혐의만을 적용해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 [EPA]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현장에서 체포된 여성 용의자 두 명이 모두 살인 혐의를 벗었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에 이어 베트남인 도안티흐엉(31)의 공소를 변경하면서다. 추가 용의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김정남 암살은 기약 없이 ‘범인 없는 살인사건’으로 남게 됐다.

인니 여성에 이어 살인 혐의 벗어 #말레이 당국, 상해 혐의로 징역형 #감형 후 석방되면 처벌 면할 듯

 1일(현지시간) 외신은 이날 말레이시아 법원이 흐엉에게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살인이 아닌 상해 혐의를 적용해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살인범이 거의 예외없이 사형을 선고받지만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에 처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흐엉은 법원 판결 당일 말레이시아 검찰이 공소를 변경하면서 극적으로 살인죄를 피했다. 검찰은 앞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흐엉의 공소를 이날 철회했다. 대신 그녀에게 ‘위험한 무기 등을 이용한 상해 혐의’를 적용했고 흐엉은 즉각 이를 인정했다. 검찰이 왜 흐엉에 대한 공소를 변경했는지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흐엉은 이르면 다음달 초 석방될 전망이다. 흐엉의 변호인은 이날 선고 직후 “말레이시아 사법 시스템에서는 통상 감형이 이뤄진다”면서 “흐엉은 오는 5월 첫째 주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 신문은 흐엉이 연예인 지망생이었으며 그녀가 “한국의 몰래카메라 예능 프로그램인 줄 알고 가담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이 ‘고용된 배우’라는 설명만 듣고 의도 없이 범행에 참여하도록 이용당했다는 주장이다.

 흐엉이 석방되면 지난달 11일 석방된 시티 아이샤에 이어 현장 체포 용의자 두 명이 모두 감옥에서 풀려나게 된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달 아이샤에 대해서는 아무런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공소 전체를 돌연 취소했다. 당시 재판부가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그를 전격 석방하자 흐엉의 변호인은 “평등의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반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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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는 내내 범행의 도구로 이용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법정에서 “북한 보위성 소속 리재남(59)과 오정길(57), 외무성 소속 리지현(35)과 홍성학(36)이 두 여성을 섭외해 VX를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서 도주한 북한 용의자 4명은 김정남이 살해되고 몇 시간 뒤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북한으로 입국했다. 공항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 모습이 잡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 수배를 받았지만 이후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정부는 연루를 부인하고 있다. 사건 당일 숨진 인물은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인물이며 북한 용의자들도 범행과 관련이 없다는 게 북측의 공식 입장이다.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두 여성에게 살인 혐의를 씌우지 않고 사법 판단을 피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접국인 인도네시아, 베트남뿐 아니라 북한과의 외교적 변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번째 부인 성혜림에게서 태어난 장남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어머니 고영희는 김정일 위원장의 세 번째 부인이다. 지난달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침입한 ‘자유조선’은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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