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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처럼 폭행·성폭력 78분…15층 옥상은 지옥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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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또래 중학생을 무차별 폭행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청소년 4명의 당시 끔찍했던 범행이 공개됐다. 지난달 28일 인천지법 형사15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에게 폭력은 ‘놀이’와 같았다”며 이들 소년범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건 전말 #검찰 “입에 침뱉고 벨트로 목졸라” #10대 4명에 최대 징역 10년 구형

검찰에 따르면 A군(15) 등 가해학생 4명은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적이 드문 인천시 연수구의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으로 B군(사망 당시 14세)을 불러냈다. 이후 A군 등의 무차별적인 집단폭행이 시작됐다. B군이 가해학생 중 한 명의 아버지 얼굴이 못생긴 인터넷 방송 진행자와 닮았다는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등의 이유였다.

A군 등은 “피할 때마다 10대씩 늘어난다”며 당시를 즐긴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또 3개비의 담배를 한꺼번에 물리고는 눈물 또는 침을 흘리면 추가로 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래침을 입 안이나 몸을 향해 뱉고, 허리띠 등을 이용해 B군의 목을 조르는 등의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B군이 바지를 벗게 하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력도 있었다.

B군은 현장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때마다 폭행이 더해졌다고 한다. 가해학생 중 일부는 “밤새 때렸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검찰 조사 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78분간의 폭행·가혹행위 등을 견디다 못한 B군은 “이렇게 맞을 바에야 죽겠다”고 말한 뒤 옥상 난간 밖으로 떨어졌다. 검찰은 이날 A군 등 4명에게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소년범이 상해치사죄로 기소되면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을 초과해 선고할 수 없도록 형량이 정해져 있다. 법정에서 검사는 “이것밖에 구형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A군은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한다”며 “저 때문에 큰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C양(17)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남은 시간도 더 깊이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머지 가해학생 2명은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A군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3일 오전 10시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린다.

인천=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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