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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나경원 "文 '김정은 대변인' 발언, 국민이 하고픈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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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현아 원내대변인과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현아 원내대변인과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언제부터인가 ‘뉴스메이커’가 됐다. 원내대표 취임 후 논쟁적 정치인으로 변모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다. 당시엔 “강공 일변도의 대여투쟁보단 국민공감형 투쟁을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엔 “좌파 독재를 저지하겠다”는 표현으로 누구보다 강하게 정부와 여당을 비판한다.

보수 지지층 안에서는 확실히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교섭단체 대표연설)이라는 강경 발언에 ‘나다르크’라는 환호가 나오는 식이다. 동시에 상대 진영에서는 “반민특위로 국론분열” 발언을 문제 삼아 ‘토착왜구’(문경선 민주평화당 대변인)라는 원색적 비난을 듣기도 한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오전 8시 15분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나타났다. 한 당직자는 “평소보다 늦었다”고 귀띔했다. 덕분에 중앙일보의 밀착마크도 바빠졌다. 나 원내대표는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종종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고, 일정보고(8시 20분), 원내지도부 사전회의(8시 40분), 원내대표ㆍ중진의원 회의(9시) 등의 빡빡한 오전 일정을 소화했다.

‘수석대변인’ 연설 직후 손들고 웃은 게 논란이 됐다. 어떤 의미였나.
기다리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해줘서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화제가 된 건) 새로운 얘기를 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말을 용감하게 대신 해줬기 때문 아닐까. 문재인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느낌을 자꾸 받는다. https 차단 논란 등도 그런 사례다.
반민특위 발언과 ‘반문 특위’ 해명이 논란이 됐는데. 왜 그랬나.
제가 말씀드리려는 메시지가 전혀 전달이 안 된 것 같아서다. 문재인 정부의 '역사공정'을 지적하려 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다. 그 헌법 가치는 지켜져야 하지 않나. 김원봉 서훈 추진, 한반도 공산화를 추진한 정율성의 외손자를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수교의 상징처럼 언급하는 걸 보면서 섬뜩했다. 미래를 얘기해야 할 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시장경제를 지키겠다는 말의 의미는.
현 정부는 반(反)시장정책을 자꾸 내놓는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우리의 노후자금인데 연금 주주권을 행사해 정권 차원에서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쓰지 않을지 우려된다. 대한항공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앞으로 삼성과 네이버 사장도 정부가 임명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장을 찾아 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장을 찾아 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11일 선출된 이후 어느덧 3개월이 지나면서 빈틈없는 원내대표 일정에도 익숙해진 듯 보였다. 오전 10시 중진 회의가 끝난 뒤 간단한 보고를 받은 나 원내대표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 두 군데에 들렀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 회의장으로 이동하던 중 국회에 견학 온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은 “와, 나경원이다”라고 외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1시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실에서 ‘선거법 패스트트랙 불가’,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필요성’ 등 한국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바른미래당이 공수처 자체 안을 내놓으면서 패스트트랙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있다.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이 덥석 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단 바른미래당 안을 받아들인 뒤 내년 2월 범여권 정계개편 시점에 공수처법만 수정안을 다시 제출해 선거법을 함께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저들이 내놓은 안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안정적 과반을 얻을 수 있는 좌파연합 선거제다. 게다가 국민들은 내용을 잘 알 수도 없는 수수께끼 같은 제도다. 우리는 의원 정수 10% 감축을 전제해야 선거법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도 반대하고 있는데.
검·경수사권 조정은 우리 안을 내놨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기소권까지 갖는 공수처는 태생부터 반헌법적이다. 50~60명 규모의 공수처는 결국 정권 하명사건만 할 거로 본다. 민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모인 '민변 검찰청'이 돼 현 정부의 홍위병이 될 거라는 우려가 된다.
27일 대구로 향하는 KTX에서 돈까스 도시락 포장을 뜯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한영익 기자

27일 대구로 향하는 KTX에서 돈까스 도시락 포장을 뜯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한영익 기자

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의 만남이 끝나자마자 국회를 나왔다. 김규환 의원의 대구 동구을 사무실 개소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후 12시 대구행 KTX에 간신히 탑승했다. 한국당 의원의 행사는 가급적 직접 챙기려 한다고 했다. 점심은 이동 중에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메뉴는 돈까스였다.

황교안 대표와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
선출된 당 대표가 자리를 잡으면서 당이 이전보다 많이 안정됐다. 중요한 문제는 사전에 황 대표와 의견 조율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황 대표가 원내대표로서 내 역할을 존중해주려 애를 쓴다. 최근에는 4·3 보궐선거 유세 때문에 대표가 창원에 주로 있어서 당무 관련 의견을 자주 드리진 못했다.
의원들과의 소통 문제는 없나.
1명씩 따로 자주 만나는 건 쉽지 않지만, 3~4명씩 모여서 만찬을 자주 한다. 일주일에 5번 정도는 의원들과 식사하는 것 같다. 당도 과거보다 통합이 상당히 되는 것 같다. 취임 후 특위와 TF를 많이 구성한 것도 계파 구분 없이 의원들이 능력별로 일할 수 있도록 하려는 생각에서다. 많은 의원들이 참여하면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 성과도 있었다.
당내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잠재적 갈등 요인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는 걸 다들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나부터 요즘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항상 생각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김규환 의원의 대구 지역구 사무실 개소식 행사장을 찾았다. 한영익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김규환 의원의 대구 지역구 사무실 개소식 행사장을 찾았다. 한영익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김규환 의원 지역구 사무실 개소식을 축하하고 있다 [김규환 의원실 제공]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김규환 의원 지역구 사무실 개소식을 축하하고 있다 [김규환 의원실 제공]

대구 행사에 30여분 간 참석한 그는 곧바로 다시 서울로 향했다. 회의, 만찬 등의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었다.

너무 빡빡한 일정이다.
보통 새벽 5시 30분쯤 일어나서 언론 보도를 쭉 보고 출근한다. 그때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퇴근은 오후 10시쯤 한다. 가족들과 대화하고 보고서 좀 읽고 하면 12시 30분쯤 잠자리에 든다.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장애가 있는 딸에게 극진하다고 들었다. 가족과의 시간이 아쉬울 것 같다.
딸은 엄마가 계속 뭔가 해주길 원하는데 기대만큼 못 해준다. 늘 미안하다. 딸은 사무직 취업이 꿈이다. 요즘 직업 교육 비슷한 실습 교육을 받고 있어서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너무 잘 해줘서 고맙다. 어제는 ‘준비 중인 공연에 필요한 옷을 골라 달라’, ‘살이 찌는데 다이어트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일상적인 고민 얘기를 주고받았다.

KTX 안에서 정치외교학과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20대 남성이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라며 악수를 건넸다. ‘젊은 층에서 이런 응원을 많이 받는 편이냐’고 묻자 “옛날부터 많이 받았다”고 웃었다. 나 원내대표는 “요즘 들어 응원이 늘어난 걸 느낀다. 여론조사로 집계되는 것보다 현 정부를 향한 불만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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