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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원의원의 원일 레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경원의원이 운영한 원일 레벨산업(서울용두동238)은 서씨의 운영참여 경위, 자금원, 회사의 뚜렷하지 않은 운영실적 등으로 인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기름·물탱크의 저울대 기능을 하는 자동제어기기 제조업체인 이 회사에는 공장은 없고 구로 공단 등에서 납품을 받아 원일 이름으로 팔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는 방제명(61·예비역소령·서울둔촌동238)이고 사위 김창직씨(34)가 영업부장, 방씨의 두 아들이 영업·판촉과장을 맡고 있는 직원6명의 가족회사다. 사업의 아이디어와 실제운영은 김씨가 맡고있고 대표 방씨 및 돈을 댄 서의원은 거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원래 지난해5월 평민당 대외협력위원장인 이길재씨(49)가 카톨릭 관계로 알고 지내던 방씨(5·16후 반혁명사건 연루) 및 방씨사위의 권유로 설립한 것으로 지난해11월 서의원이 1천4백만원을 주고 이씨로부터 인수했다.
이씨는『정당에 들어온 뒤 정치활동자금을 마련키 위해 회사를 만들었으나 신통치 않아 서의원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방씨에 따르던 서씨는 인수자금에 대해『고향유지로부터 5천만원을 빌렸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했고 사건이 터진 후 함평에 사는 10여명으로부터 『우리가 채권자』라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공안당국은 자금출처가 아직 확실치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원일 레벨산업은 자본금 5천만원 중 2천5백만 원을 서의원이 출자, 주식의 절반을 소유하고있고 나머지는 방사장 등이 나눠 갖고 있다.
관할세무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3천2백만 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나 2천2백만 원의 결손을 내 법인세는 부과되지 않고 3백만원의 재산세만 납부했다.
회사직원들의 외부접촉이거의 없어 건물 입주 자들은『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다』 고 말하고 있다.
이 회사와 관련, 서의원비서관 방량균씨(33)는 지난해 11∼12월 주위사람들에게『김대중총재의 유럽방문준비를 하러간다』며 서독 등 5개국을 다녀온 뒤『원일 레벨산업이 서독과 기술제휴, 앞으로 대단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허풍을 떨기도 했다.
이 부분과 관련, 이씨는『일부에서 원일 레벨산업이 서독에 지사를 갖고있는 것으로 알고있으나 서독회사와 접촉해 판촉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안기부는 사업과는 거리가 먼 서씨가 갑자기 거액을 끌어들여 회사를 인수했고 영세회사가 서독·미국에 명목상의 지사까지 둔 점등에 의혹이 많다고 보고 대북활동 거점이 아니었느냐를 수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안기부는 또 사회선교회소속으로 일정한 직업과 돈이 없었던 이씨가 이 회사를 설립한 사실도 중시, 자금출처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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