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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협, 북한과 비밀접촉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전대협이 평양축전에 외국어대 생 임수경양(22)을 대표로 비밀리에 입북시킴으로써 그동안 전대협이 평양축전참가와 관련, 북한관련조직과 비밀접촉을 해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경험이 전무한 임양이 혼자서 여권을 발급 받아 비밀리에 일본∼서독∼동베를린을 거쳐 평양까지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이에 대한 의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임양을 서독에서부터 동베를린을 거쳐 평양까지 안내한 사람이 지난해 8월 서경원의원의 밀입북과 관련된 서독교포 이영준씨(46)로 밝혀져 의혹을 더하고 있다.
학생들이 평양축전참가 움직임을 처음으로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 89학년도 총학생회선거 때 회장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걸면서부터.
이후 지난해 12월28일 전대협은 한국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측으로부터 보내온 평양축전참가 권유서한을 전달받았다.
이후 전대협은 몇 차례 더 적십자사 등을 통해 북한측과 공식적인 접촉을 해왔으나 1월 중순쯤 정부측의 축전참가 불허방침으로 말미암아 공식적인 접촉통로는 막혀버렸다.
그러나 이번에 밝혀졌듯이 임양의 입북은 임종석 전대협의장·전문환 축전준비위원장 등 전대협의 극소수 핵심간부에 의해 철저한 보안 속에 비밀리에 진행되어왔다.
전대협은 그동안 지난 3월 산하에 축전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축전참가를 준비, 『어떠한 방식으로든 축전에 꼭 참가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지난 4월말께에는 서강대에서 열린 평양축전 세미나에 북한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축전포스터 원전 6장이 행사장 입구에 전시되어 그 반입경로에 대한 수사를 받기도 했다.
5월25일 서울단국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서총련주최의「문목사 석방 촉구 및 평양축전 참가결의 대회」장소에도 축전포스터 원전 34장이 전시되어 전대협이 북한측과의 비밀통로를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자아냈었다.
특히 지난달 24일에는 전대협 임종석의장이 한양대 사무실에서 남북청년학생단체들간에 축전참가문제를 토의하자는 제안과 함께 오스트리아의 빈에 머물고있던 북한측 축전준비위원장 이찬영과 국제학생동맹(IVS)주선 하에 30여분간 통화하고 오는 7일 평양축전「조선의 날」행사에서의 남북학생공동선언문채택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측은 이때 조선준비위텔렉스번호「5944∼KTC∼KT∼32816」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전대협은 지난달22일 3차례에 걸쳐 전민련 텔렉스를 이용, 오스트리아의 빈에 있는 국제학생동맹을 통해 접촉을 가졌다.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전대협이 전화나 텔렉스 등을 이용, 임양의 평양파견을 북한측과 비밀접촉을 가졌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24일 경찰의 한양대전대협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당시 북한의 전화번호와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주재 북한대사관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발견한 것이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북한의 전화번호는 국내에서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임양의 평양행은 전대협의 공식적인 평양축전참가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으로 판명된 지난 4월부터 북한과 관련된 조직과 연계돼 평양축전참가를 추진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따라서 전대협 소수 핵심간부에 의해 비밀리에 추진된 평양행밀사파견작전은 전대협이 북한측과의 비밀접촉을 통해 추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임양의 7일간 일본에서의 행적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점과 그 후의 여행경로 등을 추적해 볼 때 이번 임양 평양행은 전대협 또는 임양의 단독적인 행동이라기 보다는 배후에 상당한 연계조직이 있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있다. <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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