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슈프림 중국 진출에 뿔난 '진짜' 슈프림

중국에서 두 개의 슈프림(Supreme) 간 전쟁이 벌어졌다. '슈프림 이탈리아'와 '슈프림 미국(뉴욕)'의 다툼이다. 이탈리아 슈프림이 상하이에 매장을 열고 본격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자, 슈프림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합법적 짝퉁' 슈프림 이탈리아·중국 상하이 상륙 #中 상표권 가진 짝퉁 슈프림, 영업에는 문제 없어

왜 하늘 아래 같은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회사가 두 곳이 된 걸까? 이들은 왜 중국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까.

슈프림 로고 [사진 바이두 바이커]

현재 슈프림 이탈리아는 중국 상하이에 두개의 매장을 내고 정식 영업을 앞두고 있다. 첫번째 슈프림 매장의 개점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줄을 서는 광경이 벌어진 것. 빨간색 박스에 하얀색 글자가 박힌 로고는 슈프림의 상징이다.

1~2년 사이 힙합 및 스트리트 댄스 예능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출연진들이 입고 나온 슈프림 브랜드가 중국내 유행이 됐고 해외 직구 혹은 대리구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정품과 짝퉁을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슈프림 열풍이 불었다.

방송 중 슈프림 티를 입은 우이판 [사진 쥐거우왕]

앞서 2018년 연말, 삼성이 '짝퉁' 슈프림과 콜라보레이션을 발표했다가 '정품' 슈프림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취소한 헤프닝이 있었다. 당시 삼성이 콜라보하려했던 대상은 슈프림 이탈리아였다. 중국 내 슈프림의 인기를 활용해 현지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목적이었겠지만, 문제의 짝퉁과 협업하려했다는 사실에 비판을 면치 못했다.

'정품' 슈프림으로 통하는 건 '슈프림 미국'이다. 1994년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가 창시한 브랜드로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에만 한정적으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 이탈리아 슈프림은 왜 똑같은 이름을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는걸까.

먼저 상표를 등록했기 때문이다.

슈프림 이탈리아의 모회사 인터네셔널 브랜드 펌(IBF)은 2010년을 기점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70개국에 슈프림 상표를 등록했다. 여기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도 포함된다. 슈프림 이탈리아를 '합법적인 짝퉁' 브랜드라 칭하는 이유다.

이탈리아 슈프림 상하이 우중루 매장 [사진 잉상왕]

주목할 점은 슈프림 이탈리아가 중국 내에도 상표를 등록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뻔뻔해 보이지만 따져보면 영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슈프림 이탈리아는 상하이 황금 상권인 화이하이루(淮海路)와 우중루(吴中路) 아이친하이 쇼핑 파크(爱琴海购物公园)에 매장 개점을 앞두고 있다. 향후 중국 전역으로 매장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상하이 화이하이루 슈프림 이탈리아 매장 앞 풍경 [사진 잉상왕]

'짝퉁' 슈프림의 정식 영업 전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증하자 '진짜' 슈프림이 반격에 나섰다.

3월 13일, 슈프림 미국 법률 고문은 "슈프림 이탈리아 매장 내 상품들은 법적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슈프림 이탈리아의 중국 상표 등록에 대해, 슈프림 미국은 중국 현지 사법기관과 손을 잡고 상표권 수호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잉상왕]

업계 관계자들은 슈프림 이탈리아의 도발로, 슈프림 미국이 중국 내 상표권 수호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슈프림 미국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슈프림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 소비자들이 '짝퉁' 슈프림 이탈리아를 '진짜' 슈프림으로 오해하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선전(深圳)에 '슈프림 직영 매장'을 사칭한 업체가 문을 열기도 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