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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풀린 재정…내년 500조 초수퍼예산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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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년 정부가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연구개발(R&D) 등에 나랏돈을 집중적으로 푼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이하 편성지침)을 의결했다. 이는 기재부가 매년 각 부처에 보내는 예산 편성 ‘가이드라인’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내년 재정 운용 기조는 ▶경기 대응 ▶소득재분배 ▶혁신성장이 핵심이다. 눈에 띄는 건 ‘경기 대응’이다. 편성지침을 세 번째 내놓은 문재인 정부가 경기 대응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도 그만큼 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2020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일자리·SOC 등에 집중 지원 #세수 감소 예상 … 재정적자 우려

이를 위해 정부는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에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핵심 소재·부품 산업이나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R&D·인재양성·사업재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취약계층의 소득 기반을 확대하는 식으로 사회 안전망도 더욱 확충한다. 저 소득층 구직자의 생계를 돕는 ‘한국형 실업부조’와 고교 무상교육에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데이터·인공지능(AI)·수소 경제·5세대 이동통신(5G) 등 4대 플랫폼 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린다.

미세먼지와 관련해선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확대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한국과 중국 공동으로 원인 연구 및 예보, 저감 조치 협력을 강화한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 역할을 확대하면서 내년 예산은 올해 470조원 규모를 넘는 500조원 대의 ‘슈퍼 예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2017~2021년 중기 국가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지출 규모는 470조원. 2020년 지출 증가율 7.3%를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내년 지출은 약 504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재정 편성 규모는 올해 세수 확정 이후 결정할 계획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정 규모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고, 세입여건과 부처 요구를 더 파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세입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기재부도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부진 및 자산시장 변동성 등 하방 요인으로 세수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이라며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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