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묻지마 흉기 난동’…“사람들이 비웃는다”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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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동에 무릎 꿇은 흉기 난동범.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 출동에 무릎 꿇은 흉기 난동범.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

 20대 남성이 부산 한 대학교 앞 커피숍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다친 20대 여성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커피숍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에 흉기 휘둘러 #피의자 “과거 정신질환 앓았다” 진술 #경찰 “구속영장 신청…정신감정 의뢰”

부산 사상경찰서는 묻지마 흉기 난동을 벌인 이모(20)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26일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5일 오후 9시 20분쯤 자신의 자취방 근처에 있는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 앞 커피숍을 찾았다. 커피숍 2층에 올라간 이씨는 공부하는 A(20·여)씨 옆에 다가가 앉더니 갑자기 흉기를 꺼내 옆구리를 찔렀다.  A씨는 비명을 지르며 급히 대피했다. 범행 후 이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흉기를 든 채 테이블과 의자 등을 발로 차며 난동을 부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범행에 커피숍 2층에 있던 20여명의 손님은 소리를 지르며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손님들이 뒤엉키면서 3~4명이 넘어지기도 하는 등 커피숍은 아수라장이 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씨에게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명령했고, 이씨는 흉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양팔을 든 채 커피숍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부산 사상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을 본 이씨는 별다른 저항 없이 무릎을 꿇었다”며 “경찰서로 이동할 때에도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3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별다른 직업 없이 부모님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평소 폭력성이 있던 이씨는 고등학교 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가족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사상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이씨는 부모님에게 자취하겠다고 말한 뒤 1년간 혼자 살아왔다”며 “부모님이 간혹 이씨를 찾아왔지만, 가족의 보호를 크게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 정신질환을 앓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사상경찰서 관계자는 “대화는 어느 정도 되지만 눈빛에 초점이 없고 앞뒤 맞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 등 정상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다는 자괴감과 세상에 고립돼 있다는 우울증이 묻지마 난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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