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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표 누가 나을까, 영업 달인? 조직관리 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 세일즈법(11)

영업에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A 대표, 기획과 마케팅에 힘쓰며 창업 공신들과 회사를 이끌어온 B 대표. 둘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인 경영 방식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진 photoAC]

영업에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A 대표, 기획과 마케팅에 힘쓰며 창업 공신들과 회사를 이끌어온 B 대표. 둘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인 경영 방식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진 photoAC]

영업팀 말단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일찌감치 독립, 번듯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 대표. 세일즈에 잔뼈가 굵어 아직도 회사의 굵직한 거래처는 직접 관리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회사의 영업 사원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회의는 물론 회식자리에서도 늘 “영업이란 게 말이지~~”라며 시작하는 훈시와 함께 과거 직접 경험한 산전수전 공중전에 관해 이야기해준다. 영업의 경험과 실력만큼은 회사 내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것은 물론이다.

중견기업에서 기획과 마케팅으로 다진 실력으로 창업한 5년 차 사업가 B 대표님.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전담한 창업 공신 임원과 함께 잘 꾸려왔다. 이제 어려운 시기도 지나고 안정적인 매출도 만들어졌다. 회사 조직을 키우고, 영업 부서 인력도 충원하느라 분주하다.

회사 경쟁력에도 자신이 붙어 세일즈만 잘된다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영업 조직에 대해 투자도 많이 하려고 한다. 영업 조직은 지금처럼 임원이 맡고 기획, 마케팅, 제품 개발 전반은 대표가 이끌며 성장을 위한 사업 추진에 몰두한다.

영업 전문가 A 대표 vs 조직 관리 전문가 B 대표

A 대표와 B 대표는 모두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중소기업 대표의 모습이다. 세일즈 경험이 풍부하고 지금도 회사에서 ‘가장 비중 있는’ 영업사원인 A 대표. 영업은 다른 사람에게 믿고 맡기고 다른 분야에 집중해 효율적인 조직 관리와 운영을 도모하는 B 대표. 과연 어떤 대표의 경영 방식이 더 효과적일까.

정답은 ‘알 수 없음’ 이다. 달리 표현하면 둘 다 효과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또 어느 정도의 성장을 원하는가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대표가 세일즈에 대한 마인드와 실행력을 어떻게 기업 경영과 조직 운영에 접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업의 수장이 세일즈에 대해 가진 생각과 태도에 따라 조직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사진 pixabay]

기업의 수장이 세일즈에 대해 가진 생각과 태도에 따라 조직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사진 pixabay]

A 대표는 스스로 세일즈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A 대표는 아마도 회사 내 영업사원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왜 내가 일할 때와 다를까’라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세일즈 조직을 제대로 코치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직이 잦고 조직을 리드하는 관리자가 없는 세일즈 조직을 보유하게 될지도 모른다.

B 대표는 세일즈는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 효율을 높이려 한다. 그러나 사실은 제품과 기획력이 기업의 매출과 수익, 고객 만족에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떻게 고객을 설득하고 거래처를 확보하는 과정을 거치는지 잘 모르고 있거나, 굳이 알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일즈 조직의 리더가 퇴사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독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극단적인 사례를 설정했으나, 두 대표의 고민은 모두 현실적인 이야기다. A 대표와 B 대표 모두에게 구체적인 방법이나 처방에 앞서 세일즈를 제대로 학습해볼 것을 권한다. A 대표는 자신의 세일즈 경험이 기업 조직에서 좋은 자산이 되기 위해 세일즈를 보다 정형화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조직을 리드하며 코치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세일즈를 지속해서 전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표의 세일즈 마인드와 방향이 조직의 문화로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세일즈 조직의 지지를 받는 세일즈 코치, 세일즈 선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경험을 정형화하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의 세일즈 경험과 철학을 어떤 구조로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고, 점검한 내용을 전파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도 마련해야 한다.

B 대표도 세일즈를 학습해야 한다. 세일즈를 직접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기업의 대표는 늘 세일즈맨의 마인드와 실행력이 바탕이 되어야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품질을 향상하는데서도 고객과의 호흡이 필요하고, 고객의 관점과 언어를 이해해야 가능하다. 고객을 이해하는 최적의 접점이 바로 세일즈 현장이다.

앞서 나온 두 유형의 대표 모두 세일즈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세일즈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형화된 지식, 세일즈맨의 마인드와 실행력을 전부 가져야 거래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 [사진 pixabay]

앞서 나온 두 유형의 대표 모두 세일즈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세일즈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형화된 지식, 세일즈맨의 마인드와 실행력을 전부 가져야 거래의 성공을 이끌 수 있다. [사진 pixabay]

세일즈 조직에서의 활동, 세일즈 프로세스 등을 이해해야 하며 세일즈 조직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기업의 대표는 주요 거래처와의 미팅, 협상, 프레젠테이션 등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일즈맨이다. 전체 세일즈 과정에 대한 맥락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중요한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는 회사 내·외부에서 늘 세일즈맨이어야

A 대표와 B 대표 모두 직접적인 세일즈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늘 세일즈를 하고 사는 사람이다. 조직의 내, 외부에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하며, 직원들에게는 다양한 메시지를 세일즈해야 한다.

설득을 팔고, 이미지를 세일즈해야 하는 일이 대표가 하는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일임하기도 어렵다. 좌충우돌하며 세일즈를 몸으로 배우는 신참 영업사원이 아니라면, 세일즈의 경험이 많든 적든 대표는 객관적인 시선에서 자신 회사의 세일즈 능력과 방향을 점검해야만 한다.

일본의 장기 저성장기에 가장 뛰어난 경영 성과를 보여주며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 중 한 사람인 ‘일본전산’의 CEO 나가모리 시게노부. 그는 영업을 기업을 이끄는 기관차의 맨 앞이라고 표현했다. 영업이 기업에서는 품질, 가격, 전후 서비스 등의 모든 부문에서 입체적인 고객 만족을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기업을 조직관리나 마케팅, 혹은 전략의 관점으로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세일즈’의 관점으로 점검해 보면 또 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더 현장감 있는 역동적인 주제가 등장하게 되고, 큰 방향에서의 전략과 더불어 조직이나 마케팅에서의 디테일도 보이게 될 것이다. 세일즈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고객과 조직의 호흡이자 기업의 철학과 방향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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