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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더니…2년간 수수료 수천만원 빼돌린 법원 집행관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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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2015년 서울북부지방법원 집행관들 사이에서 ‘솔깃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추진되며 하루 수십건씩 이뤄지던 가처분 집행을 통해 쏠쏠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몇몇 집행관과 사무원이 매달 수십만원에 이르는 돈을 챙겼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이에 가담한 직원은 1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약 2년간 챙긴 돈은 총 7867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하지 않은 가처분 집행을 한 척 속여 채권자들로부터 돈을 챙기는 수법을 썼다.

현 ‘집행관수수료규칙’에 따르면 법원에 가처분 집행을 신청하는 채권자는 2차례 가처분 집행에 대한 수수료(1회당 2만9500원, 2회분 5만9000원)를 미리 납부한다. 이후 집행관이 한 번에 가처분 집행을 마무리하면 법원은 집행관에게 2만9500원을 지급하고, 채권자에게 남은 2만9500원을 돌려준다.

북부지법 집행관과 사무원들은 한 번에 완료한 가처분 집행을 두 차례 만에 완료한 것처럼 전산에 가짜 ‘부동산가처분 불능조서’를 입력하는 수법으로 2회분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하지 않은 가처분 집행을 실패한 것처럼 가짜 기록을 꾸며 건당 2만9500원을 빼돌려 집행관은 1만6500원, 사무원은 6500원씩 나눠 가졌다. 집행관사무소 직원들은 적게는 인당 190만원에서 많게는 1970여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편취했다.

서울이 한 재개발 예정지역. 본 기사와 무관함. [중앙포토]

서울이 한 재개발 예정지역. 본 기사와 무관함. [중앙포토]

‘관행’으로 여겨지며 수년간 이어지던 범행은 한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내부고발로 실체가 드러났다. 2017년 6월 사무원의 제보를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약 1년 동안 피의자들의 통신내역을 추적하고 입증자료를 수집하며 조사한 끝에 지난해 6월 19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18명을 기소의견으로 넘겼다. 피의자들이 북부지법 소속이란 점을 고려한 중앙지검은 지난해 7월 사건을 북부지검으로 이송했다.

서울북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박현철)는 집행관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18명(전·현직 집행관 8명, 사무원 10명)과 참고인 9명을 조사했다. 수백건에 이르는 집행 기록과 당시 피의자의 통신 내역과 위치를 대조하며 허위 집행 내역을 가려냈다. 7개월여 동안 수사를 벌인 검찰은 지난 20일 공전자기록등위작, 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컴퓨터등사용사기 등의 혐의로 피고인 1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사무원 2명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현재 피고인 대부분은 "정확하게 집행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지검 관계자는 “누군가 주도했다기보다 법원 집행관사무소 내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불법 관행으로 보인다”며 “마치 보험금 부당청구 사건을 조사하듯 자료 하나하나를 대조하며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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