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평수 많은 단지가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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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9.5 재건축 안정대책과 일반주거지역 종(種) 세분화조치로 재건축 아파트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 5일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전체 건립 가구수의 60%이상을 전용면적 25.7평이하로 짓도록 하는 중소형 의무건축비율을 적용하고 내년초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단지에 대해선 조합원 전매를 금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의 일반주거지역 종(種)세분화조치로 용적률 2백%이하의 일반주거지역 2종으로 지정된 단지들은 재건축 추진이 더욱 어렵게 됐다.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추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합설립 인가 단지 큰 메리트 없다=건교부는 서울과 수도권등 투기과열지구에선 내년초 이후 조합 설립인가를 받는 단지는 등기 때까지 전매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의 조합원들은 한차례 전매가 가능하지만 이를 산 조합원들은 전매를 할 수 없어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들은 그동안 재건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재건축 초기단계 아파트에 비해 값이 많이 올랐지만 정부가 당초안대로 조합원 전매금지를 시행할 경우 거품이 꺼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철수 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일부 중층단지들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더라도 9.5대책으로 재건축이 어려워 큰 메리트가 없게 됐다"며 "재건축 추진이 더딘 단지들은 되레 조합을 해산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층단지도 중소형 의무건축비율 갖출 수 있는 단지 유리=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중층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할 땐 중소형 의무건축비율 60% 요건을 채울 수 있는 단지를 고르는 게 좋다. 기존 평형이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이뤄져 있는 중소형 평형 중심의 단지가 유리하다. 전용면적 25.7평이상으로 구성된 단지의 경우 이 비율을 맞추기 어려워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중층 단지의 용적률은 1백50~2백%인 곳이 많다. 이들 단지 가운데 서울시의 일반주거지역 종 세분화에 따라 2종으로 확정된 아파트는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따라서 중층 단지에 투자할 때는 용적률과 기존 평형비율 등을 파악한 뒤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방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 노려볼만=부산과 대구등 지방 대도시 재건축아파트는 중소형 의무비율이나 조합원 전매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부동산투자회사인 레피드코리아의 권대중 사장은 "부산이나 대구.청주 등 지방 재건축시장은 규제가 덜한 데다 가격부담도 작아 투자할 만하다"며 "다만 지역 경기에 따라 아파트값의 부침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지은 일반 아파트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들 아파트는 재건축 투자열풍에서 벗어나 거품 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컨설팅 정광영 소장은 "재건축 아파트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은 아직 가격이 덜 오른 일반 아파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매입시기는 언제=재건축 아파트 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게 좋다. 투자수요가 위축돼 올 연말까지 크게 오르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재산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년초 조합원 분양권 전매를 실시할 경우 한차례 더 조정받을 수 있어 투자시기를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 팀장은 "조합원 전매금지조치를 시행할 경우 자금이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묶일 가능성이 있다"며 "재건축단지의 투자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9.5대책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40평형 이상의 중대형 주상복합이나 일반 아파트.분양권은 10~11월 비수기를 노려볼 만하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대형 아파트값의 오름세도 반짝 장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아 추격매수는 피해야 한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 안홍빈 차장은 "수급불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내년엔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며 "매입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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